[특파원 코너] 중국이 전개하는 ‘반미 연대’의 한계

국민일보

[특파원 코너] 중국이 전개하는 ‘반미 연대’의 한계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3-05-24 04:07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지난 18~19일 열린 제1차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는 중국식 반미 연대의 틀을 보여준 자리였다. 중국은 ‘시안 선언’을 통해 중앙아시아 각국이 선택한 발전 경로와 국가 독립, 주권, 영토 보전 수호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치국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식 현대화가 세계 발전에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서로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정상회의를 정례화해 2년에 한 번 개최하기로 했다. 물론 정상회의에 참여한 중앙아시아 5개국 중에는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처럼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나라도 있다. 반미와 함께 반러의 성격도 띠고 있는 셈이다. 어찌 됐든 중국으로선 나쁘지 않은 구도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압박에 대응해 친중 성향 나라들과 일대일 접촉을 넓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앙아시아는 핵심 타깃이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러시아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간 연대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중국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협력에 긍정적이며 지역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중국 입장일 뿐이다. 러시아로서는 자신들의 세력권이자 안마당으로 여겨온 이곳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중국과 대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는 정치, 경제, 군사 분야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러시아가 잠자코 있지만 그동안 쌓인 불만과 경계심이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다.

중국은 자신이 주도해 창설한 상하이협력기구(SCO)나 브릭스(BRICS)의 외연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원국 간 단결을 넘어 반서방 연합체로서의 위상 확보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기존 회원국이 중국 뜻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역내 강국인 이들은 협의체 내에서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주도권과 영향력에 묻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불만이 많다고 한다. 또 전통적으로 독자 노선을 통한 균형외교를 표방해온 만큼 반미 노선이 자국 이익에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인식도 강하다.

그리고 이들 나라는 중국 러시아와 달리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하고 비판적 야당과 언론이 존재한다. 지난 2월 남아공이 미국의 만류에도 중국 러시아와 인도양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벌였을 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4월 중국을 방문해 친중 행보를 보였을 때 그들 국가 내에선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중국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연대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대중 견제 포위망을 넓히는 것처럼 중국도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경제적 영향력을 무기 삼은 중국의 세력 확장은 현재로선 ‘반미’ 외에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힘을 과시하는 중국식 늑대 외교가 더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압박이 국제사회의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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