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쓰기 힘든 현실… 대안으로 꼽히는 유연근무제

국민일보

육아휴직 쓰기 힘든 현실… 대안으로 꼽히는 유연근무제

[인구가 미래다!] <5부> 육아 쉬운 사회 되려면
① 자녀 양육기 필요한 절대적 시간

입력 2023-05-24 04:05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양육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조차 쉽게 쓰기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23일 국민일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한국의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는 29.3명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적었다. 육아휴직을 쪼개 쓸 수 있는 등 선진적인 제도를 갖춘 핀란드와 덴마크, 헝가리, 스위스 등 국가의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는 100명이 넘는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사업주를 제재할 만한 마땅한 규정이 없는 것이 육아휴직 사용 저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적다.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유연근무제다. 유연근무제는 특히 남성(아빠)의 육아 참여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포스코와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가 지난 3월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직원은 결혼·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제도로 육아기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꼽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최근 기업에 “3세 미만 자녀를 둔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취학 전 자녀를 둔 모든 직원에게 야근 면제권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남성 근로자 비율이 높은 일부 기업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제도를 바꿔 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남성 근로자 육아휴직 기간을 2년으로 늘렸고, 휴직 중이더라도 연말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화는 자녀를 출산한 남성 근로자에게 1개월 휴가를 준다. 이 기간 급여는 100% 지급한다.

정부는 가족친화인증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출산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자녀를 양육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한 기업은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운용 첫해인 2008년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은 14곳뿐이었지만 지금은 5000곳이 넘는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정책 추진 방향에도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모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육아휴직제 이행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이 돌보미 등 대체인력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육아휴직제와 유연근무제 확대 이면에는 남아 있는 이들의 업무량 증대라는 부작용이 따른다. 기업의 대체인력 확충 노력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제를 일정 기간 연속해 쓸 수 있도록 한 사업주에게 첫 3개월간 매월 200만원을 주고 대체인력 고용 시 월 8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기업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신재희 김진욱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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