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노포 맛집… 동서양 버무린 미식천국

국민일보

구석구석 노포 맛집… 동서양 버무린 미식천국

입이 즐거운 홍콩

입력 2023-05-24 19:52
홍콩식 한상차림.

홍콩은 아시아 미식의 중심지로 꼽힌다. 격조 높은 동양의 차(茶) 문화에 익숙하면서도 영국 푸딩이나 프랑스 수플레를 연상케 하는 달콤한 디저트를 즐긴다. 상하이, 광둥, 쓰촨 등 중국 각지의 요리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음식에서 새롭게 변형된 특색있는 메뉴까지. 대체로 화려하지만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도 곳곳에 즐비한 변화무쌍한 맛의 천국이다.

가장 홍콩다운 곳 ‘삼수이포’
홍콩식 완탕면.

홍콩에 미식 탐험을 온 여행객이라면 많은 로컬 식당들이 자리한 ‘삼수이포’부터 가볼 것을 추천한다. 1960년대 옛 홍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육즙이 살아있는 딤섬과 개운한 완탕부터 홍콩식 디저트까지 적당한 가격으로 훌륭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홍콩 첫 공공주택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건물인 ‘메이호 하우스’부터 젊은 청년들이 차린 신상 카페와 감각적인 버거 가게도 즐비하다.

한 테이블 위에 피자와 딤섬, 비빔밥과 스테이크, 수플레가 공존하는 곳이 삼수이포다. 홍콩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공업단지로서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가장 홍콩다운 곳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로컬 홍콩을 만나볼 수 있다. 근래에는 도심 재생 사업으로 예술 학교와 아티스트 스튜디오가 들어서며 예술가들의 도시로도 불린다.

‘젊음의 거리’ 란콰이펑과 타이쿤

화려하고 세련된 유흥가들, 감성을 돋우는 독창적인 카페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까지. 도시적인 색채와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란콰이펑은 홍콩에서 ‘젊음의 거리’로 대표되는 곳이다. 이곳에 방문한 이들은 한국의 이태원을 떠올리게 된다. 홍콩 청년들과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거리의 열기는 늦은 새벽까지 식을 줄 모른다.

란콰이펑에서는 홍콩식으로 재해석한 현대적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많다. 생크림에 초콜릿을 넣은 빵 반죽을 튀긴 시칠리아 음식, 닭가슴살로만 만들었는데도 부드러운 딤섬, 작은 코코넛 열매껍질의 속을 파내 소고기와 무를 넣고 중탕 냄비에서 끓인 광둥 요리 모두 세련된 만을 자랑해 밥상 앞에 앉은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돼지고기 물만두 수프, 홍콩식으로 조리한 당근 피클과 신선한 아보카도 등 디저트에서도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타이쿤’도 젊음의 거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타이쿤 역시 홍콩 정부의 도심 재생 사업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홍콩 기념물로 지정된 옛 중앙 경찰서, 중앙 재판소, 빅토리아 교도소와 세련된 현대적 건물인 JC 컨템포러리, 극장인 JC 큐브가 대표적 관광지로 꼽힌다. 전통적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도시풍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 란콰이펑과 닮아있다.

이곳에서도 새로운 소재와 기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식이 가득하다. 란콰이펑과 마찬가지로 지역 고유 음식을 관광객과 청년들의 입맛에 맞춰 재창조했다.

현지 분위기 물씬 나는 다이파이동과 차찬텡

홍콩 주룽반도 북동쪽에 자리한 야시장에서는 있는 그대로 날 것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식당 내부가 깨끗한 편도 아니고 주차가 매우 번거롭지만 포장마차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땐 제격인 곳이다.

현지인들과 뒤섞여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성에 젖고 싶다면 ‘다이파이동’에 들러봐야 한다. 다이파이동은 전통적인 포장마차 형태의 노천 식당이다. 여행자들은 다이파이동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바쁜 점심을 해결하기도, 술자리를 가지기도 한다. 야시장과 마찬가지로 접이식 간이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늘어서 있어 서울 을지로의 가맥집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홍콩 센트럴 지역에 있는 ‘란퐁유엔’.

야시장이나 다이파이동에서 홍콩의 골목 술 문화를 즐겼다면 다음 날 아침은 ‘차찬텡(茶餐廳)’에서 해보는 게 어떨까. 차찬텡은 밀크티와 토스트, 국수와 마카로니 수프, 페이스트리 등을 곁들여 먹는 홍콩의 서민 식문화다. 홍콩식 양식을 다채롭게 개량해 제공하는 홍콩식 분식집이다. 소호에 있는 ‘란퐁유엔’을 추천한다. 1952년에 문을 열어 70년 이상 영업하고 있는 곳으로 차를 실크스타킹으로 거르는 이른바 ‘실크스타킹 밀크티’로 이름을 알린 가게다.

한국인에 익숙한 추천 음식 ‘XO소스’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름의 엑스오(XO)소스는 홍콩에서 최초로 만든 음식이다. 맑은 조개관자와 전복, 새우 등을 넣고 우려낸 육수에 중국식 햄인 훠투이(火腿)와 갑각류 등을 배합해 기름에 튀기듯 볶아냈다. 마늘과 고추, 생강과 고춧가루 등 각종 향신채도 다져 넣었다. 쉐프의 조리법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수십가지 최고급 재료가 들어가는 만큼 맛과 향이 진하다. 자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담백하고 독특한 풍미를 지녔지만 뒷맛은 깔끔하다. 감칠맛을 더해 식욕을 돋워주는 밑반찬으로도, 밥 한 공기에 뚝딱 비벼 먹는 이색 별미로도, 딤섬 등을 찍어 먹는 특제 소스로도 먹는다. 때로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김치나 젓갈인 셈이다.

홍콩=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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