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긴 여정 앞두고

국민일보

[기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긴 여정 앞두고

민동준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입력 2023-05-25 04:07

아널드 J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새로운 변화 시대에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사회는 몰락했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는 탄소중립이라는 비가역적 전환을 얼마만큼의 위기의식으로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을까.

2021년 10월 ‘2050 넷제로’(Net Zero·순탄소배출량 0) 선언과 함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이하 NDC)를 설정할 때, 우리 사회는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 전략과 실행 없이는 고용과 경제의 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수많은 논쟁에 휩싸였다. 탄소중립은 사회적 관심과 참여, 정부의 지속적 지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이다.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지 2년여가 지난 지금, 과연 산업 분야의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의지는 어떠한지 한번쯤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기간산업인 철강 화학 시멘트 분야는 탄소 집약적 원료와 연료를 사용하는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에너지 부문에서 ‘RE100’에 따라 탄소 배출을 감축하더라도 산업 부문에서는 직접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화, 수소화, 자원재순환이라는 요소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산업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상용화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이 지점이 NDC 목표다. 이후엔 검증된 탄소중립형 생산설비로 기존 설비를 대체해 나가는 산업 전환이란 거대한 ‘산맥’이 기다리고 있다. 이 지점이 탄소중립(넷제로) 목표일 것이다. 이처럼 탄소중립의 길은 산을 넘고 산맥도 넘어야 하는 고단한 긴 여정이다. 긴 여정을 떠나려면 구체적 계획과 함께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화려한 목표에 비해 정부의 기술 개발 예산이나 정책적 지원은 아직도 아쉽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해 왔던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올해부터 시행된다. 국내 최고의 기업과 연구진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해 개발에 꼭 성공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정부도 연구 참여자의 현금 매칭 비율을 완화하는 등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천문학적 시설 투자를 해야 할 기업들을 위해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더욱더 통 큰 지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 난도가 높은 수소환원제철 실증설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추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지난달 11일 새 정부의 NDC 목표가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탄소중립을 위한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이제는 실질적 탄소 감축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기술 개발과 실증은 산업 부문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할 때다.

민동준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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