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주먹구구 찔끔 증원 안돼… 획기적으로 늘려야

국민일보

[사설] 의대 정원, 주먹구구 찔끔 증원 안돼… 획기적으로 늘려야

입력 2023-05-25 04:01
119 구급대 앰뷸런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인 증원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512명’ ‘351명’식으로 구체적인 숫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정도 증원으로 만성적인 의사 부족 사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 국민들의 의료 수요를 감안해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19년째 동결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을 3500명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한 결과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의료 수요가 늘어난 걸 감안하면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2021년, 한의사 제외)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한국보다 의사 수가 적은 나라는 튀르키예(2.0명) 정도다. OECD 평균인 3.7명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5.5명), 노르웨이(5.2명) 등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비교 대상을 주요 7개국(G7)으로 좁히면 한국보다 의사 수가 적은 나라가 하나도 없다.

서울대 교수들이 보건사회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2020년 작성한 ‘의사 인력의 중장기 수급 추계와 정책 대안’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의사 부족은 2030년 5만67명, 2050년 10만7548명으로 예측됐다. 의대 정원을 지금의 2배인 6000명으로 늘리더라도 의사 부족을 해소하려면 30년이 걸린다. PA 간호사에게 수술을 맡길 게 아니라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

의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가 응급실을 못 찾아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연봉 4억원을 제시해도 구인난을 겪었던 속초의료원 같은 곳이 알고 보면 수두룩하다. 대학병원에서도 지원자가 없어 파행을 겪는 전공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부족한 전공의가 매년 1000명에 달한다. 흉부외과 같은 곳은 2008년 수가를 100% 인상했으나 결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의 의료 공백은 더욱 심각하다.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바람에 서울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3.45명인데 세종시는 1.31명에 불과하다. 지방 국립대에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해 졸업 후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의사 인력 확충은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 수요를 감안해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주먹구구식으로 흥정하듯 정하면 안 된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