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회 자유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엔 단호히 대응해야

국민일보

[사설] 집회 자유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엔 단호히 대응해야

31일 민주노총 도심 집회 충돌 우려
당정의 집회 제한 방침은 문제이나
국민 일상 침해하는 시위도 개선되길

입력 2023-05-29 04:01
지난 1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노동자, 서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오는 31일 오후 2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다. 경찰은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혔다. 평일 퇴근시간대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과 노조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과 민주노총 모두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경찰은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장해야 하고, 민주노총도 관행을 이유로 불법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민주노총·시민단체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야당과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합법적인 집회를 불법 집회로 왜곡한다고 비판하고 있고, 정부 여당은 기득권 노조의 집회·시위가 합법적인 테두리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주 당정회의를 열어 0시~오전 6시 심야시간대 집회 금지, 불법 전력 단체의 집회·시위 제한, 출퇴근 시간대 도심 집회·시위 제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집회·시위 제한 조치들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8조에 규정된 집회 금지·제한 통고 권한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시위 허가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11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조항이라는 이유였다. 2014년에는 일몰 후부터 자정까지 옥외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집회와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문제는 헌법 정신을 악용하는 악성 집회·시위다. 지금 서울 도심은 주말마다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가 사실상 점거한 상태다. 웬만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본사, 최고경영자(CEO)와 지방자치단체장 집 앞에선 연일 확성기 시위가 벌어진다.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며 집을 옮긴 자치단체장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경남 양산 사저 앞 확성기 소음과 욕설 시위가 논란이 되자 “작은 시골 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 마을의 평온이 중요한 것처럼 보통 사람들의 평온과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나 소음과 욕설로 도배되고, 일반 국민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집회·시위 문화는 적절한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국회에는 집시법 개정안 30여개가 계류돼 있다. 정치권이 낡은 집회·시위 문화의 대안을 찾는 일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