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코로나 비상 정책 정상화 모색해야

국민일보

[경제시평] 코로나 비상 정책 정상화 모색해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입력 2023-05-30 04:02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이 6월 1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5월 5일 해제했다. 6월부터는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격리 의무가 없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는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해체되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그 역할을 맡는다. 우리는 일상 회복에 드디어 이르렀다.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는 과감한 통화 재정 금융정책으로 대응했다. 위기의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지원이 부족한 것보다 과한 것이 낫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광범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한 예다. 이러한 지원이 당시의 충격을 줄이는 데 기여했겠으나 고물가, 국가채무 증가 등의 후유증을 남겼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해제되는 지금, 우리 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 위기에서 과잉 공급된 유동성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첩되면서 고물가 현상이 발생했고, 한국은행은 0.5%로 인하했던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렸다. 4월 물가상승률이 3.7%로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인 2%보다 높기에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에서 급등했던 부동산가격은 금리 인상과 함께 하락했다. 정상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상황이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물가를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권에는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암묵적인 압박이 가해진다. 물가 안정이 저해되고 정상화는 지연된다.

코로나 위기에서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2022년 국가채무가 106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9.7%까지 증가했다. 국가채무가 2019년의 723조원에서 불과 3년 만에 50%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에서 회복되던 2022년에도 국가채무가 97조원이나 증가하면서 경제 상황이 비슷한 주요국에서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민간경제가 위축된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지출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정상 상황에서의 재정지출 확대는 민간경제를 오히려 구축하고 비효율적인 왜곡을 발생시킨다.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상화가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재정 준칙 도입이 유효한 방편일 수 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실물경제의 침체가 금융위기로 전개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코로나 위기에 취약했던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는 금융정책은 효과적이었으나, 정책 정상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도입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반복해서 연장되며 아직도 종료되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유망산업이 떠오르고 있지만,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활발하지 못해 경제 역동성이 저하된다. 부실자산의 누적은 금융 건전성 약화로 이어지며 우리 경제가 충격에 취약해지는 요인이다. 전기 가스 요금과 유류세 인하도 정상화 지연에 동조하고 있다. 가격 왜곡이 회사채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주고 있으며,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확대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상회할 때 도입된 극단적인 유류세 인하가 70달러대 중반으로 국제유가가 정상화된 시점에도 지속되는 것은 어색하다.

위기를 모두 피할 수는 없다. 정책 정상화로 체력을 기르는 일은 또 다른 위기에서 과감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위기 발생 가능성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코로나 위기를 겪어내며 긴 터널을 벗어난 우리 자신을 격려하며 다음 여정을 준비하자.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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