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 분쟁, 이해당사자 협의가 중요

국민일보

[기고] 물 분쟁, 이해당사자 협의가 중요

최진용 서울대 교수

입력 2023-05-30 04:06

물은 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자원이다. 특히 기후위기가 현재화된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물의 중요성이 커졌다. 최근 겪은 전남 지역 가뭄은 우리가 언제든지 물 부족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은 풍부할 때는 인심 좋게 나눠 쓸 수 있지만 부족하면 인심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물은 생활, 공업, 농업으로 구분되는 용도가 있고 그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 이해가 상충될 때 분쟁의 씨앗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낙동강 물 분쟁이다. 낙동강 생활용수 수질 문제 해결을 위해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시행하며 합천댐에서 하루 45만t을 부산시 생활용수로 가져가겠다는 환경부 계획이 발단이 됐다. 좋은 계획이었지만 적은 강수량으로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염려한 경남 합천군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 갈등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물 부족으로 용도와 이해가 충돌한 것이다.

올해 가뭄이 크게 들었던 호남 지역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호남은 예로부터 넓은 간척지와 평야가 발달한 곳이다. 안정적인 농사가 중요하다 보니 농업용수 수요가 전반적으로 높다. 또 주요 수출품을 생산하는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전남 여수·광양시 일대는 공업용수 수요가 존재한다. 광주를 비롯한 전남 지역 대도시의 생활용수 수요 역시 적지 않다. 각종 용수 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가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호남 지역 가뭄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수계를 연결하고 극한 가뭄 시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호의 물을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이때 농업용수는 영산강 죽산보에서 취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맹점이 있다. 나주호 물을 생활용수로 공급한다면 아무리 대안이 있다 해도 농업용수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고 그로 인해 농사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생활용수가 농업용수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부산시와 경남 합천군과 같은 물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물은 모두에게 소중한 자원이고 국가 수준의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유용하게 나눠 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해와 동의, 즉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발생 가능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때문에 농업용수 사용자가 포함된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책을 강구하며 이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 합의에는 농업용수의 생활·공업용수 활용으로 발생하는 농업 피해 대책이 포함돼야만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3월 6차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후위기를 공식 선언했다. 국가 단위의 가뭄은 더 자주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려면 수리시설 연계와 같은 구조적 대책 이전에 이해당사자 거버넌스부터 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렵게 출발한 통합물관리 체제의 모범 사례가 호남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최진용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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