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사라진 김남국

국민일보

[한마당] 사라진 김남국

태원준 논설위원

입력 2023-05-30 04:10

김남국 의원의 페이스북에 지난 14일 ‘탈당의 변’ 이후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코인 의혹이 불거진 뒤 매일같이 해명과 반박을 쏟아내던 곳이 휴면계정처럼 멈춰버렸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튿날 김어준 유튜브 출연이 마지막이었다. 국회에는 휴가원을 내고 본회의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18일 가평휴게소에서, 26일 지역구 사무실에서 의도치 않게 촬영된 것을 제외하면 그는 지난 2주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가난한 청년 정치인과 코인 투기판 큰손의 두 얼굴을 가진 이가 얼굴을 아예 감춰버렸다. “무소속 의원으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더니 무소속이 되자마자 진실을 말해야 할 입을 닫아버렸다. 인터뷰·기자회견·SNS를 총동원해 주장을 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모든 소통을 차단해버렸다. 이런 행보의 목적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잊히려는 것. “잊히고 싶다”면서 어쩐 일인지 계속 뉴스에 오르내리는 전직 대통령과 달리 그는 잊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단호하게 실천하고 있다.

이 사건의 진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김 의원 본인이다. 불법과 거리낌이 정말 없다면 거래 내역을 다 공개하는 걸로 의혹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정반대인 침묵과 잠적을 택했다. 이는 그동안 그가 의혹을 해명한다며 입버릇처럼 했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제 명의의 계좌로만 거래해서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전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격적인 탈당을 통해 진상조사 사각지대에 들어선 그는 그렇게 번 시간을 투명한 확인 대신 잊혀갈 기회로 활용하는 중이다. 그러는 편이 의원직 유지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지 싶다. 그가 탈당과 함께 사라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는 꽤 잦아들었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개딸’ 세력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

김 의원 징계안을 다루는 국회 윤리위가 오늘 열린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질질 시간을 끈다면 우리는 돌연 사라진 김 의원이 어느 날 화려하게 국회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태원준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