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입양, 편견과 오해를 넘어

국민일보

[국민논단] 입양, 편견과 오해를 넘어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입력 2023-06-05 04:02

입양가족은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인데
주변의 무딘 말과 색다른 시선으로 상처받아

‘다르게’ 보는 편견을 버리고 평범한 가족으로
‘바르게’ 보는 인식 전환이 우리 사회에 필요

정부가 긍정적 인식 제고하고 가정위탁도 널리 알려 지원할 계획…
국민들의 관심과 동참 있어야 공허한 외침 되지 않아

입양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입양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양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고, 입양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아직 남아 있다. 입양가족은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일 뿐인데, 마치 특별하거나 다른 것처럼 구분 짓곤 한다. 입양은 숨길 것도 꺼릴 것도 없는 일이지만 가끔 주변의 무딘 말과 색다른 시선이 입양가족에게 상처가 될 때가 있다. ‘저는 제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참 훌륭하십니다’라는 인사는 얼핏 칭찬으로 들리지만 입양아동이 여전히 남의 자식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임신이나 출산을 하면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하면서 입양했다고 하면 ‘대단하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 저변에는 입양이 불쌍한 아이들을 거두는 일이라는 부정적 생각이 깔려 있다. 입양가족들은 대단하다는 칭찬보다 출산처럼 축하받기를 바란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진정한 가족은 핏줄로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입양부모는 잠재적 학대 행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그릇된 편견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입양 활성화는 절대 기대할 수 없다. 입양가족과 예비입양가족들에게 우리 사회가 입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입양가족을 ‘다르게’ 보는 편견을 버리고 하나의 평범한 가족으로 ‘바르게’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일부 예비입양부모도 오해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특정 유형의 아이들만 입양되기 쉽다. 주로 ‘어린아이’ ‘건강한 아이’ ‘여자아이’를 원하므로 ‘큰아이’ ‘아픈 아이’ ‘남자아이’는 잘 입양되지 못한다. 선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인생이 그렇듯 다 가질 수는 없다. 출산 전에 자녀를 고를 수 있는 부모는 없고 출산한 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입양도 입양부모로서 기본 자격요건을 갖췄다면 선호와 상관없이 기다려온 순서대로 입양아를 만나면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입양과 출산을 더 비슷하게 인식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예비입양부모는 한 아이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입양을 위해 세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입양은 해피엔딩의 드라마가 아니라 매일 살아가는 일상과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실제 삶이다.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평생을 함께하기 어렵다. 대부분 별도 교육 없이 출산으로 부모가 되는 반면, 입양부모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으므로 더 준비된 부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양육 능력이 단번에 생기지는 않는다. 선한 동기로 시작한 예비입양부모들이 입양에 대한 오해와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입양부모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한다. 때로는 어려움 속에서도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입양가족에 대한 사후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입양부모도 여느 부모처럼 실수할 수 있고 자녀 양육으로 인해 힘들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입양한 좋은 사람’이라는 주변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는 입양부모가 어려움을 털어놓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입양가족에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오히려 숨게 만든다. 따라서 입양가족 지지모임을 강화해 유사한 경험을 함께 나누며 상호 공감 속에서 고립과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매해 3000여명의 아이가 자신이 태어난 원가정에서 분리돼 보호대상아동이 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국가는 가능한 한 빨리 원가정을 회복시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려보내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원가정 복귀가 어렵다면 가장 먼저 입양을 시도해야 한다. 혹시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예비입양부모 교육부터 받아보자. 아직 입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가정위탁으로 아이를 돌보고, 그마저도 어렵다면 가정체험 봉사를 통해 아이에게 가정에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입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입양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고 가정위탁을 널리 알림으로써 더 많은 국민이 보호대상아동과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리 입양과 가정위탁이 대규모 시설에 비해 아동에게 더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국민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이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보호대상아동들이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 관심과 동참을 당부드린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