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위성이야, 미사일이야?”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위성이야, 미사일이야?”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입력 2023-06-05 04:06

2016년 2월 7일 오전 9시30분,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었다. 광명성 4호가 날아가던 순간 나는 서울 상암동 모 방송국의 아침뉴스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앞서 해당 방송국 기자가 언제 쏠 것 같냐고 해 7일 9시쯤 쏠 것 같다 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명절인데 발사를 예상한 7일 아침 방송 출연이 가능한지 물어왔다. 내가 뱉은 말이니 그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침 일찍 방송국에 도착했다. 8시 뉴스에 잠시 출연하고 다시 9시 정각 방송에 들어갔다. 진행자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정말 오늘 쏠까요?”라고 했다.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지금 이 순간 날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0분쯤 방송을 하고 밖으로 나와 커피 한잔 하는데 잠시 후 “쏘았답니다”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뉴스룸으로 뛰어 들어갔다. 평양시간으로 9시에 발사한 것이다.

북이 알려준 것도 아니고 점쟁이도 아니다. 내가 그렇게 예측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북은 2016년 2월 3일 국제해사기구(IMO)에 2월 8일에서 25일 사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틀 후 발사 예정일을 2월 7일부터 14일까지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이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을 예상 발사일로 꼽았다. 북이 7일에서 14일로 변경하자 광명성절 전에 발사해 대내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정치적 일정이나 행사에 우선해 택일할지 의문이었다.

북이 국제기구에 발사를 통보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다.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 발사라면 택일의 최우선 변수는 기상이다. 7일과 8일은 가능해 보였지만 이후 동창리 발사장 지역의 기상예보가 좋지 않았다. 급하게 예정일을 변경 통보한 것도 기상 때문으로 보였다. 연료 주입 징후도 포착됐다. 7일을 1차 발사일, 8일을 예비일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발사시간은 대기 안정도 등을 고려해 아침 9시쯤으로 예상했다. 누리호가 지난달 25일 오후 6시24분 발사된 것과도 다르지 않다.

북이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실패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김정은의 재촉 때문이라고들 한다. 4월까지 쏘겠다고 하곤 못해서 조급해졌다고들 한다. 예고한 6월 11일까지 재발사를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북은 4월까지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했지 발사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정말 북의 기술자들이 완전하지도 않은데 최고지도자 눈치를 보고 발사를 서둘렀는지 궁금하다. 우린 아직도 북을 비합리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위성 발사에 실패하고 며칠 만에 재발사할 수 있는 천상계의 능력을 지닌 존재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조차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 발사라고 하는데 우리는 대통령실부터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이야기한다. 새벽 서울시가 오발령한 재난문자로 난리통이 난 상황인데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북이 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보사령탑이 없다 보니 미사일인지 위성인지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미 화성 17형까지 발사한 북이 뭐가 아쉬워 위성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다는 식의 철 지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군사정찰위성이라고 해야 더 위협적일 텐데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니 위성의 위협은 사라져 버렸다. 북의 군사정찰위성이 찍은 용산의 정밀한 사진이 노동신문에 게재되면 지금껏 내뱉은 말에 대해 또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