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여의도공원과 도시의 미래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여의도공원과 도시의 미래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입력 2023-06-07 04:06

서울 여의도공원은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나라 공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공원. 공원을 근대의 발명품이라 칭하는 건 권력의 시혜가 아닌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온 공원의 역사 때문이다. 대통령 결단으로 서울골프장을 어린이대공원으로 바꾸고 공군사관학교를 보라매공원으로 만든 게 그 전까지였다면, 여의도공원은 1987년 민주화 여파로 도입된 지방자치제에 따라 95년 최초로 시민이 선출한 서울시장이 만든 첫 대형공원(23만㎡)이다. 게다가 권위주의 상징이던 아스팔트 광장을 공원으로 바꾸었으니 시대의 큰 변곡점일 수밖에.

문제는 매력이다. 99년 여의도공원 개장 이후 선유도공원과 월드컵공원이 3년 뒤 차례로 문을 열었다. 2005년엔 청계천이 열리고 서울숲도 조성됐다. 불과 수년 차이임에도 다른 공원에 비해 여의도공원의 매력은 떨어진다. 왜? 여의도공원은 지자체 최초의 대형공원 프로젝트였으나 행정 및 전문가 시스템이 불비했고, 결국 가장 보수적인 작품이 당선된 데다 무분별한 설계 변경으로 훼손됐다. 기계적 구획, 관습적 시설, 밋밋한 입체감, 연계성 부족에 프로그램 부재까지. 다행이라면 날 선 비판과 제도 개선으로 이후 공원들은 매력 넘치게 조성된 것. 어쩌면 여의도공원이 제 몸을 불살라 다른 공원을 살려낸 셈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여의도공원 북측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기 위한 디자인 공모를 시작했다. 작년 2월 ‘여의도공원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관심 높던 공연장 건립을 앞세운 것인데, 여의도공원 리모델링도 동시에 추진한다. 물론 문화시설로 인해 녹지가 일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타당하다. 하나 문화시설을 계기로 여의도공원이 매력을 되찾고 나아가 여의도와 서울의 미래를 상상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공원을 넘어 여의서로와 한강까지 딛고서는 문화 랜드마크를, 주변으로 확장되는 녹지체계를, 탄소중립을 향한 공원과 건축과 도시의 미래를 함께 상상해본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