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감원 고위직급의 해외출장 비용, 떳떳이 공개해야

국민일보

[사설] 금감원 고위직급의 해외출장 비용, 떳떳이 공개해야

국회의 비용 세부내역 공개 요구에
금감원은 “비공개가 관행” 거부
공적 기능 수행에 걸맞은 책임 필요

입력 2023-06-07 04:0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초 해외 투자설명회(IR) 참석차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했다. 당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로 금융권이 비상일 때 긴박하지 않은 해외 IR에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왜 갔는지, 비용은 얼마가 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 원장을 비롯해 최근 금감원 2급 이상 고위직급의 해외출장 비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금감원 측이 “비공개가 관행”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금감원 간부들이 직접 국회를 찾아 비공개 사유까지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고도 한다. 금융당국으로서 이런 대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해외출장 비용 및 내역 공개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기관 감시·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등 엄연히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검찰’로 불릴 만큼 권한도 막강하다. 더구나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며 내년 총선 출마설이 파다한 상태다. 이 원장은 동남아 출장에 이어 올가을쯤 유럽 IR을 위한 출장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5월까지 2급 이상의 해외출장 건수는 50차례에 달한다. SG 사태에다 각종 주가조작 대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대비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금감원 고위 인사들의 해외 방문에 따른 효과는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적 지위를 핑계로 잇단 내부 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해 도마에 올랐다. 민간 금융사의 분담금을 재원으로 하면서 동시에 공적 기능을 갖춘 ‘반관반민’ 금감원도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됐다. 이 원장은 동남아 출장에 대해 “금감원이 관(官) 대 관(官)으로 현지 당국과의 소통에 나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번듯한 자리에 나설 때는 관을 내밀고, 검증을 요구하면 민간 성격이라고 거부하는 건 문제다. 특권은 누리면서 각종 행정 내역을 관행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벗어난다. 기밀이라 볼 수 없는 출장비 내역은 떳떳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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