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 안 되는 정부출연硏 장애인 의무고용… 특채 확대 필요

국민일보

준수 안 되는 정부출연硏 장애인 의무고용… 특채 확대 필요

경인사연 26곳 지난해 D등급 받아
과학 기관은 ‘부담금 내면 된다’ 인식
정부, 석·박사 장애인 별도 집계 안해

입력 2023-06-07 04:08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준수 문제가 만성화되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장애인 숫자 자체가 부족한 탓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원 특별전형과 시설 지원 등을 확대하고 장애인 고용 범위도 함께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의 ‘2022년도 연구기관 평가결과’에 따르면 경인사연 소속 연구기관 26곳은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항목에서 100점 만점에 평균 69.23점을 기록해 D등급을 받았다. 2020년 D등급, 2021년 C등급에 이어 3년 내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경인사연은 경제·인문·사회 분야 연구기관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은 정원의 3.6%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인사연 소속 연구기관 26곳 중 11곳은 의무고용률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신규 채용 실적 역시 저조했다. 이들 연구기관 26곳이 2018~2022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 장애인은 28명에 불과했다. 경인사연 관계자는 “연구기관 직원이 되려면 아무래도 석사나 박사 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장애가 있으면서 학위까지 가진 적임자를 기관 소재지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현행법상 직원 수가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은 의무고용 미달성 시 모자란 인원수에 약 120만원을 곱한 금액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그나마 경인사연 쪽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과학 분야 연구기관 사이에서는 ‘어차피 의무고용률은 지킬 수 없으니 부담금을 내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 25곳 중 22곳이 당시 의무고용률이던 3.4%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들 연구기관을 포함한 과학기술 공공기관 51곳은 2017년부터 5년간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만 331억원을 납부했다.

물론 장애인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대학의 부실한 장애 학생 지원이 저조한 장애인 진학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2020년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에서는 전국 423개 대학 캠퍼스 중 4분의 1이 넘는 117개 캠퍼스가 보통보다 낮은 ‘개선 요망’ 등급으로 분류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국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의 수는 9444명에 불과했다. 대학원까지 진학한 장애 학생은 이보다 훨씬 적은 380명이었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는 전체의 1.8%에 이르렀던 장애 학생 비율은 그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관련 통계도 부실하다. 장애인 실태 조사에서도 학부 졸업생과 석·박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장애 학생의 대학원 재학 현황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이미 학위를 취득한 장애인 현황은 오리무중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장애 학생 지원 사업은 설령 갖춰져 있더라도 학부생 중심”이라며 “실험 등의 활동이 요구되는 이공계 대학원 생활은 장애인들에게 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종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소통협력실장은 “연구기관들은 학위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영지원 등의 직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의무고용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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