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 싸인 정상 철탑 너머 찬란한 아침 햇살

국민일보

운무 싸인 정상 철탑 너머 찬란한 아침 햇살

23번째 국립공원 된 팔공산

입력 2023-06-07 18:50
지난달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대구·경북의 진산 팔공산 정상 비로봉 위 송신탑이 운무 위로 우뚝 솟아 있다. 오른쪽 동봉 너머 능선이 갓바위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대구·경북의 진산 팔공산(八公山)은 남쪽으로 내달리던 태백산맥이 낙동강 금호강과 만나는 곳에 솟아 있다. 대구 동구와 경북 군위군·영천시·경산시·칠곡군 등과 경계를 이룬다. 주봉인 비로봉(毘盧峰·1193m)을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1167m)과 서봉(1150m) 능선이 20㎞ 이어져 있어 양 날개로 대구를 감싼 모양이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통일구상을 하면서 수행했던 곳이며, 고려를 세운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전투에서 위기에 몰린 왕건을 지키기 위해 신숭겸을 비롯한 공신 8명이 목숨을 바쳤다는 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팔공산이 지난달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의 반열에 올랐다. 2016년 태백산 이후 7년 만에 국립공원에 신규 지정됐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43년 만의 승격이다. 현 도립공원 면적인 125.232㎢보다 0.826㎢ 넓은 126.058㎢가 국립공원에 포함됐다.

팔공산은 1200m에 육박하는 높이 때문에 등산이 취미가 아닌 사람이 올라가기에 다소 버거운 산이다.

팔공산 비로봉 북쪽 청운대 위에 조성된 ‘하늘정원’. 왼쪽 끝 전망대에 선 연인이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있다.

2015년 비로봉에서 북쪽 청운대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개방되고, 청운대 위에 ‘하늘정원’이라는 아담한 정원이 조성됐다. 군위군 부계면 동산계곡을 통해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도 개방되면서 해발 1000m 넘는 지점까지 차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정상 인근에 주차한 뒤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오른 뒤 조금만 걸으면 하늘정원이다. 작은 정자 쉼터와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하늘정원에서 1㎞ 정도 나무데크와 시멘트 도로 길을 걸으면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이 나온다. 오르막길을 다 올라 뒤돌아보면 건너편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팔공산 비경 중 하나인 ‘청운대’다. 그 절벽에 원효대사 수도터 원효굴이 자리한다.

비로봉 정상은 송신탑 등 각종 방송·통신시설 때문에 자연스러운 풍경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철탑도 또하나의 풍광이다. 정상석 앞 돌무더기는 천제단이다. 정상석 앞에 서면 왼쪽으로 동봉 너머 능선이 경산의 갓바위까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서봉 능선이 파계사 봉우리를 지나 칠곡 가산까지 뻗어 있다. 그 사이에 안긴 대구 일대가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케이블카가 올라오는 신림봉도 저 아래 있다.

비로봉에서 약 500m만 이동하면 동봉이다. 팔공산 주봉인 비로봉이 개방되기 전까지 팔공산의 정상 자리를 차지했던 봉우리다. 동봉에서의 조망이 비로봉보다 매력적이어서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 준다. 영천 쪽으로 내려다보면 치산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비로봉 아래 동산계곡은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인기다. 계곡 곳곳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3단으로 떨어지는 치산계곡 공산폭포.

영천의 치산계곡도 여름철 무더위를 날려버릴 명소다. 팔공산 비로봉에서부터 신령재(도마재)까지 약 3㎞에 달하는 능선에서 북쪽으로 부채꼴로 뻗은 골짜기의 크고 작은 지류들이 모인 물줄기로, 팔공산에서는 수량이 제일 많기로 유명하다.

그 중 으뜸은 공산폭포다. 수도사에 차를 대고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과 짧은 산길을 걸으면 닿는다. 현수교를 건너 5분 정도 도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에 공산폭포 안내판 뒤로 오솔길이 보인다. 그 길을 돌아내려 가면 ‘망폭정’이라 작은 팔각정이 반긴다. 바로 앞 3단으로 길게 연결된 공산폭포는 치산폭포 또는 수도폭포로도 불린다.

노란 금계국이 화려한 봉무공원 단산지.

팔공산 아래 대구 동구에도 볼거리가 널려 있다. 먼저 낭만이 가득한 호수 봉무공원 단산지.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32년에 만들어진 저수지다. 봉무공원은 나비들의 천국이다. 봉무나비생태원에는 우리나라 나비 150종과 외국 나비 100여종의 표본 1000여 개체가 전시된 나비학습관과 곤충생태관, 나비사육장을 갖추고 있다.

봉무토성 옆에 자리 잡은 봉무정.

인근에 봉무정과 봉무토성이 자리잡고 있다. 봉무토성은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사용한 유물이 나왔다.

여행메모
시멘트 도로 따라 정상 인근까지… 17~18일 떡볶이 페스티벌

수도권에서 차를 운전해 군위 하늘정원이나 영천 치산계곡에 갈 경우 상주영천고속도로 동군위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군위 부계에서 동산계곡을 따라 하늘정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이 잘 돼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두어 개의 주차장을 지난다. 군부대 인근 공터에도 예닐곱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다.

치산계곡은 피서철 동안 초입만 제외하면 조용한 계곡이다. 수도사에 무료 주차할 수 있다. 체력에 맞춰 진불암까지 왕복해도 좋고 동봉까지 왕복이나 신령재를 거쳐 한 바퀴 돌아내려 와도 된다. 치산계곡 입구 캠핑장에서 하루 머물러도 좋다.

대구 쪽 팔공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하다. KTX로 간다면 동대구역까지 서울역에서 2시간이면 넉넉하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동화시설집단지구에서 내려 팔공산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조성돼 있고, 팔공산 인근에 먹거리촌이 들어서 있다. ‘떡볶이 성지’ 대구에서 오는 17~18일 ‘제3회 떡볶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대구은행파크 중앙광장을 포함해 고성로 일대 도로까지 30개 먹거리 부스가 펼쳐진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체험부스와 DJ파티, 버스킹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

동구 둔산동 경주 최씨 집성촌 ‘옻골마을’도 둘러보자. 조선 중기 대암공 최동집(崔東集)이 1616년(광해군 8년) 이곳에 정착한 뒤 400년을 이어오는 전통 한옥마을이다.



군위·영천·대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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