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송영길의 두 번째 자진 출석 시도

국민일보

[한마당] 송영길의 두 번째 자진 출석 시도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3-06-08 04:10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18년 3월 9일 여비서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지 나흘 만에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 출석이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9시간 동안 조사했다. 갑작스러운 출석으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보름 뒤 검찰은 다시 안 전 지사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나 기각됐다. 법원은 안 전 지사가 검찰 수사와 법원 심문에 계속 협조한 만큼 도주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결국 안 전 지사는 불구속 기소됐다.

2019년 10월 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저의 목을 치시라”며 자진 출석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 통과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검찰이 한국당 의원들을 소환하자 자진해서 검찰에 출석한 것이다. 당시 황 대표는 검찰 소환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황 대표는 5시간 동안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듬해 검찰은 황 대표를 다른 의원들과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두 번째 자진 출석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공격했다. “주가 조작 의혹은 정당 내부 선거 금품수수 논란과는 비교가 안 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자진 출석 이벤트’의 목적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12일로 예정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많다. 돈봉투 의혹 수사는 야당 탄압이니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 여사를 거론하는 것은 수사 편파성을 부각해 돈봉투 의혹을 정치적 논란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도주 우려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여론전일 가능성도 크다. 다만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의 두 번에 걸친 기이한 자진 출석 이벤트를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남도영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