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차에도 연기 변신 송승헌 “기존 이미지 깨고 싶어”

국민일보

29년차에도 연기 변신 송승헌 “기존 이미지 깨고 싶어”

‘택배기사’에서 냉정·잔인한 빌런 류석 역
연출 맡은 조의석 감독과는 21년 만에 재회
‘하던 역할 하네’ 이런 얘기 듣고 싶지 않아

입력 2023-06-08 04:04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빌런 류석으로 분한 배우 송승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데뷔 29년차 배우지만 송승헌은 여전히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멋있고 정의로운 역할이 익숙했던 그는 지난달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빌런 류석으로 분했다.

황폐화된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택배기사’는 산소마스크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류석은 사회의 질서를 새롭게 세운 천명그룹의 대표다. 그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해 살기 위해 난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행복할 수 있는 유토피아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송승헌은 “류석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 친구가 이런 신념을 가진 것에 연민을 느꼈다”며 “류석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 촬영이 한창일 때 코로나19 팬데믹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촬영장에 나올 때마다 PCR 검사를 했다. 온 국민이 항상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는 걸 보면서 ‘택배기사’의 세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송승헌은 “류석의 첫 대사가 ‘인간이란 참 대단해요’다. 정말 인간은 대단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가 역사책에 나오듯이 우리가 견딘 팬데믹이 나중에 역사책에 나올 것 같다”며 “어떻게든 그런 시대를 이겨냈으니 인간은 참 대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택배기사’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이 인기를 끌었던 만큼 공개 초반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에서 공개 하루 만에 글로벌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작품의 서사와 캐릭터성이 약하다는 혹평도 있었다. 이에 대해 송승헌은 “원작이 있는 작품은 기대심리가 높아서 쉽지 않다”면서 “해외에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아 감사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조의석 감독과는 영화 ‘일단 뛰어’ 이후 21년 만에 재회했다. 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커서 출연을 결심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냉정하고 잔인한 류석을 통해 새로운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송승헌이라는 배우에 대해 대중이 가진 이미지가 있잖아요. 정의롭고 착한 역할을 기대하는데, 그런 걸 깨보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어요. ‘인간중독’을 한 뒤 계속 고민했죠. 어릴 때는 ‘내가 악역을 굳이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스스로 가두게 되더라고요. ‘송승헌은 하던 역할 하네’ 이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10년, 20년 전에는 선뜻 악역을 하기 쉽지 않았다. 예전엔 나쁜 역할을 하면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곤 했다. 청춘스타였던 그가 굳이 악역을 하면서 미움을 살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껏 그는 해보지 못한 역할에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송승헌은 “류석의 이미지에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너무 쉬운 선택”이라며 “송승헌이 했을 때 새롭게 봐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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