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팔리는 중국산 무허가 ‘투명교정기’… 당국 ‘나 몰라라’

국민일보

막 팔리는 중국산 무허가 ‘투명교정기’… 당국 ‘나 몰라라’

네이버·다음 ‘해외직구’ 3500여건
대개 무허가·마우스피스 허위 광고
식약처·소비자원 단속 사실상 전무

입력 2023-06-08 00:04 수정 2023-06-08 00:04
교정중인 환자의 치아를 본뜬 모양.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국민일보DB

중국산을 비롯한 해외 무허가 의료기기와 마우스피스 등이 ‘투명교정기’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있다. 정부 단속이 느슨한 상황에서 무허가 투명 치아교정기가 치아 상실 등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네이버, 다음 등의 플랫폼 쇼핑 사이트를 보면 2등급 의료기기인 투명교정기가 해외직구 형태로 판매되는 상품이 3500여개에 이른다. 이들 중 대다수는 무허가 제품이다. 의료기기법 제15조는 수입업 및 수입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 의료기기를 해외직구 형태로 수입·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허가를 받은 투명교정기는 식약처 의료기기정보포털에 ‘치과교정장치용레진’으로 업체명과 품목허가번호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투명교정기를 판매 중인 대다수 업체는 식약처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지 않았고, 품목허가번호 역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중국산 무허가 교정기거나, 교정 기능이 전혀 없는 단순 마우스피스를 치아교정기라고 허위·과장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해외수입 제품 설명란에는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설명서만 있어 소비자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다. 쇼핑 플랫폼을 통해 무허가 투명교정기를 구매한 박모(32)씨는 “유명한 플랫폼에서 투명교정기가 판매되고 있어서 당연히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식약처는 “인터넷 플랫폼에 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투명교정기 제품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플랫폼에 올라오는 제품을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쇼핑 플랫폼은 판매가 아닌 중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판매자를 찾아 자율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플랫폼 측에 투명교정기 등 불법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플랫폼도 불법 제품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개하는 쇼핑 플랫폼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도 2018년 일부 치과에서 무허가 투명교정기를 사용하는 등 관련 불만이 증가하자 한 차례 소비자 불만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논란이 수그러들자 투명교정기 불만 조사를 중단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불만이 많이 제기되는 제품에 집중하기 때문에 현재는 투명교정기를 조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계형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은 “투명교정기를 잘못 사용해 치아 상실, 잇몸 녹아내림,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 사례에 대한 논문은 많이 나와 있다”며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은 투명교정기에 유의하고 가격이 지나치게 싼 중국산 제품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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