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치유한다… 백수린의 첫 장편

국민일보

다정함이 치유한다… 백수린의 첫 장편

[책과 길]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문학동네, 316쪽, 1만6000원

입력 2023-06-08 19:26 수정 2023-06-08 19:45

해미는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성실히 거짓말을 해야 했다. 1994년 도시가스 폭발 사고로 친언니를 잃은 해미는 일찌감치 인생의 비극을 깨달아버렸다. 부모님은 해미 앞에서 자식 잃은 고통을 감추지 못하고, 동생 해나는 너무 어려서 슬픔을 함께 이야기할 수 없다.

언니의 죽음 이후 엄마, 동생과 함께 독일 G시로 떠난 해미는 파독간호사 이모들과 그들의 자녀를 만난다.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보살핌 덕분에 해미의 일상은 조금씩 회복된다. 해미는 마리아 이모의 딸 레나, 선자 이모의 아들 한수와 함께 비밀스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바로 뇌종양을 선고받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외환 위기가 닥친 1997년, 해미는 갑작스레 한국으로 돌아온다.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를 찾는 일마저 거짓말로 중단된다. 해미는 언니를 잃은 슬픔과 상처에 붙들린 채 어른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시절 미묘한 연애 감정을 주고받던 우재를 재회하면서 해미는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선자 이모의 일기를 다시 펼친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알아채지 못했던 ‘K.H.’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을 발견한다.

‘눈부신 안부’는 2021년 봄부터 1년 간 계간 ‘문학동네’에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다. 주인공은 슬픔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어린 날의 자신과 대면하며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 주변에는 해미의 성장을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타인들이 있다. 이들은 계속해서 해미의 안부를 묻고 애정을 바탕으로 선뜻 손을 내민다.

선자 이모는 임종을 앞두고 첫사랑에게 남긴 편지에서 “희망이 있는 자리엔 뜻밖의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하잖니. 그래서 나는 유리병에 담아 대서양에 띄우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네게 보낸다. 나를 위해 너의 편지를 전해준 아이들의 마음이 나를 며칠 더 살 수 있게 했듯이,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라고 말한다.

백수린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 소설집‘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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