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무리한 출근 소동… 이제라도 사퇴하라

국민일보

[사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무리한 출근 소동… 이제라도 사퇴하라

입력 2023-06-09 04:03 수정 2023-06-09 04:03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8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산구청으로 출근했다.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구청 앞에 모여있던 유족들은 집무실로 올라가 문을 두들기며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러 유족들의 화를 돋울 의도는 없었겠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출근이다. 그는 사고 충격에 따른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유족들은 “진정한 사과를 한 번도 하지 않은 박 구청장이 트라우마로 보석이 됐다면 우리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차곡차곡 누적된 결과다. 참사 이후 정부뿐 아니라 사회 각 부문에서 총체적 반성이 이어졌던 이유다. 하지만 예방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천재지변은 결코 아니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고,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경고도 여러차례 있었다. 박 구청장의 잘못은 국회 청문회 및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행사 안전의 1차적 책임을 진 자치단체의 장으로서 반드시 해야 했던 업무를 소홀히 했다. 참사 전 수차례 있었던 용산구의 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야유회에 갔고, 참사 당일 인파가 몰려드는 현장을 부근을 지나가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뒤에는 진솔한 사과 대신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모면하려는 말만 앞세웠다. 청문회에서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해 12월 박 구청장이 구속된 뒤 용산구는 부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로 구정이 운영되고 있다. 권한대행은 옥중에서라도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직무대리와 달리 인사를 비롯한 모든 사안을 직접 결재한다. 이제 겨우 구청장 부재에 따른 혼란을 가라앉혔는데 박 구청장이 풀려나면서 지휘체계가 또 바뀌게 됐다. 재판 결과에 따라 같은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재판에 채택된 증인 대부분이 구청 직원이어서 박 구청장이 유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결재권 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진 상태다. 박 구청장은 무리한 출근으로 소란을 피울 게 아니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구청장직에서 물러냐야 한다. 그것이 말뿐이 아닌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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