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 사기 공인중개사 양산하는 제도 확 뜯어고쳐야

국민일보

[사설] 전세 사기 공인중개사 양산하는 제도 확 뜯어고쳐야

입력 2023-06-09 04:01

최근 10개월간 검거된 전세 사기범이 2895명에 달했는데 이 중 486명이 공인중개사들이었다. 공인중개사란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의 매매와 임대차 등을 전문적으로 알선하기 위해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말한다. 전세 사기범들과 결탁한 공인중개사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충격이다. 이들은 임차인들이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정황을 알고도 전세 계약을 알선했다. 공인된 자격증을 믿고 거래를 체결한 임차인들만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국가자격증을 범죄 수단으로 악용한 중개사들을 엄벌에 처하고 자질이 떨어지는 부동산 중개사를 양산하는 현행 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현행 공인중개사 제도는 너무 많은 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만3069명의 공인중개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2021년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49만3503명이다. 이 중 실제 개업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11만9108명에 불과하다. 자격증 소지자 4명 중 3명은 ‘장롱면허’인 셈이다. 그러나 자격증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응시자들은 해마다 20만명 안팎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1차 시험 응시자는 24만명이었다. 2021년에는 역대 최다인 40만명이 몰렸다.

자격증 소지자들이 넘쳐나다 보니 과당 경쟁에 몰린 공인중개사들이 불법 알선에 나서는 등 범죄의 유혹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하고 공인중개사 제도를 느슨하게 관리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전세 사기범들과 결탁한 불법 중개사들은 엄벌에 처하고 자격증을 박탈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를 대폭 줄이고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연수 등을 실시해서 중개사 자격증 적격 여부를 재평가해야 한다. 불법 중개 사실이 드러나면 자격 정지나 취소,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 임차인에게 성실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사들에 대한 불신을 방치하면 부동산 중개인 제도 자체가 외면받는다.

전세 사기범 특별단속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들만 2996명이었고 피해 금액은 4599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중 2030 세대 젊은이들의 비중이 61%였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집중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것이다. 불량 공인중개사들을 양산하는 제도를 방치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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