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 강남 지자체들 ‘침수위험지구’ 지정 기피

국민일보

‘집값 떨어져’… 강남 지자체들 ‘침수위험지구’ 지정 기피

지자체들 민원 때문에 지정 꺼려
정비사업 선정 우선 순위도 엉망

입력 2023-06-09 00:04
지난해 8월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집값 하락 등 민원을 우려해 침수위험지구를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예방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마철 침수 피해를 키웠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돼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의 침수예방사업 선정 등을 위주로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8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6년 강남구 서초구 등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침수피해 위험이 있는 125개의 자연재해위험지구(침수위험지구)를 선정했다. 서울시가 위험지구로 선정하면 25개 자치구는 재량에 따라 위험지구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위험지구로 지정되면 지하건축물을 세울 때 출입구 방지턱을 높게 만들거나 차수판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25개 자치구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건축 제한 등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선정한 125곳 전체를 위험지구로 지정하지 않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행안부는 이들 자치구에 위험지구 지정을 권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원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이 주거지와 상가 지역에 위험지구 지정을 꺼렸고, 이에 따른 부실 관리로 2021년 8월 울산 남구, 지난해 9월 경북 포항 남구와 충북 증평군에서 실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침수예방을 위한 정비사업 선정도 엉망이었다. 투자우선순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국비지원 정비사업 대상이 잘못 선정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감사원이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을 재검토해보니 사업에 선정된 26개 지구 중 14개 지구는 투자우선순위가 낮은데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침수예상지역을 지정하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선 적극 지정할 것을 권고하라고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정비사업 선정 과정에서도 재해예방이 시급한 지역이 우선 선정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