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편 들면 후회’ 中 대사 발언 부적절하다

국민일보

[사설] ‘미국 편 들면 후회’ 中 대사 발언 부적절하다

외교적 결례 내정 간섭… 대만 문제 주장하기 전 北 도발 억제부터 하라

입력 2023-06-10 04:01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외교적 결례를 넘어서서 내정 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싱 대사는 8일 서울 성북동 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한·중 관계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인 대만 문제를 존중해달라”고 주장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고위 외교관이 이렇게 무례한 발언을 한다는 게 놀랍다. 한국말이 유창한 싱 대사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15분 동안 중국 정부의 입장을 낭독했다. 실언이 아니라 작심한 발언이었다. 매우 부적절하다. 외교부가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은 당연하다.

그의 발언은 한국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에서 중국 편에 서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은 사실상 협박이다.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싱 대사는 그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고 있다. 오만한 태도다.

한국은 1991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 것이다. 한국은 한·중 수교 이후 이 원칙을 깬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의 대만 문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이슈로 키웠다.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양안간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군 함정을 급파하면서 미·중 갈등이 커졌다. 하지만 대만 문제로 불거진 미·중 갈등에 한국이 관여하거나 영향을 끼친 것이 없다. 대만 해협의 안정은 한반도의 안정에도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 왔다.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중국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도 반대하고 있다. 싱 대사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주장하기 전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방안부터 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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