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킬러 문항 배제 당연하다… 공교육 정상화 의지 실천해야

국민일보

[사설] 킬러 문항 배제 당연하다… 공교육 정상화 의지 실천해야

입력 2023-06-20 04:01
학교교육 경쟁령 재고를 위한 당정협의회가 열린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분명히 못박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성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킬러 문항이 포함된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평)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규민 원장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 이후 벌어진 교육 당국 내부의 혼선은 일단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원칙부터 확고하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수능 킬러 문항은 늘 논란거리다. 상위권 학생 중에서도 점수 차이가 나도록 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만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틀리도록 하려는 것이 출제 의도여서 노벨상을 받은 해외 석학조차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문제를 틀리면 일류대에 진학할 수 없어 전문적으로 문제 풀이를 가르치는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원장이 지난 3월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킬러 문항을 내지 않는 전제에서 변별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했던 것도 그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실시된 6월 모평에는 교육과정에 없는 킬러 문항이 또 등장했다. 세칭 일류대와 대치동의 일류 학원을 위해 최상위권 학생의 변별력에 집착한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물론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도 아니다. 학생들이 까다롭게 느끼고, 시간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문항 수를 늘려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이 장관은 출제기법 고도화를 위한 시스템부터 점검하겠다고 했는데,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교육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뚝심을 가지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 연간 사교육비는 26조원에 달한다. 수많은 원인이 쌓여 이렇게 됐는데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이를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지금 교육 당국은 ‘이권 카르텔’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 근절을 외치면서 정작 공교육 정상화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동시에 그 의지를 일관되게 실행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교육과정에 없는 내용을 출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이를 위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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