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의 교회로] 식당·은행 세운 교회는 매일 ‘희망 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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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의 교회로] 식당·은행 세운 교회는 매일 ‘희망 역사’ 쓴다

<1부> 땅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⑫ 낮은자리교회

입력 2023-07-0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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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득 목사가 지난 달 27일 서울 송파구 낮은자리교회 1층에 있는 ‘한밥살이’ 식당에서 교회가 식당을 운영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낮은자리교회(김은득·신재훈 목사)는 ‘희망 실험실’ 같은 신앙 공동체다.

4명의 목회자가 1999년 예배와 교육·양육·봉사 등 각각의 전문 분야를 두고 공동 목회를 한 게 실험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두 명의 목사가 함께 목회하고 있다.

24년 동안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先取)한다’는 목표 아래 식당과 은행, 협동조합 등을 세웠다. 목회 출발점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열망이었다. 그 나라를 이 땅에서 먼저 경험하기 위해 교회가 택한 길은 ‘공유’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송파역 1번 출구와 가까운 교회는 잠실여고와 일신여중 등 여러 학교에 둘러싸인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있다. 132㎡(40평) 면적의 대지에 세워진 2층 높이의 아담한 교회에는 식당과 교육관, 예배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교회에서 김은득(58) 목사를 만났다.

서울신학대에서 신학 수업을 받은 김 목사는 “뜻이 맞는 목회자들과 공동 목회라는 낯선 도전을 하면서 돈도, 물건도 공유하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취지에 공감한 70여명의 교인들과 지금도 교회 창립 때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밥살이 식당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하나의 식탁을 사용하자는 결정이 도전의 출발선이었다. 2017년 ‘한밥살이’ 식당의 문을 열었다. 김 목사는 “목회자들은 교회를 국가라고 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게 건강한 경제 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적어도 우리 교인이라면 굶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식당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당에서는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메뉴는 7000원 짜리 백반 한 가지인데 교인들은 식비를 내도 되고 안내도 된다. 영양사와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교인 3명이 운영하는 식당에는 주민 단골도 적지 않다. 식당에서 일하는 청년 교인들은 이곳이 직장이다.

이날도 오전 10시가 지나자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해 바삐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에게 식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율을 드렸지만 대부분 식비를 내고 드신다”면서 “손님이 꽤 많은 편인데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저녁에는 보통 교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는 매달 식당 수익의 10%에 해당하는 식권을 발행해 송파2동주민센터에 전달한다. 주민센터는 이 식권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다시 전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낮은자리교회 전경.

교회는 ‘한몸살이은행’도 설립했다.

자본금은 교인들이 내는 헌금으로 마련한다. 이 교회 교인들은 수입의 20%를 헌금한다. ‘십이조’인 셈이다. 이렇게 모은 자본금으로 교인 무이자 대출을 하고 있다.

자본금의 30% 범위 안에서 이웃 대출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교인이 돈이 필요한 지인을 은행에 소개해야 한다. 은행이 대출을 허락하면 무이자라는 조건은 같지만 상환을 못 할 경우 소개한 교인이 대출금액 중 절반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단서도 만들었다. 그동안 일부 미상환 대출이 있었지만 교인이 50%를 대신 상환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이웃 대출은 신용이 전제돼야 가능하므로 이런 조건을 만들었지만 칼같이 단서를 적용하지는 않는다”면서 “상환 조건은 그때 그때 달라진다. 은행을 통해 돈이 급히 필요한 교인과 이웃을 돕고 나눈다는 의미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은행 설립으로 구체화 됐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실험을 통해 지금의 열매를 맺은 교회는 교인들에게 ‘빛과 소금의 삶’을 강조하고 있다. 대안 공동체 성격이 강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복음이기 때문이다.

낮은자리교회 교인들이 2019년 바자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낮은자리교회 제공

이 교회에서 결정권은 목회자뿐 아니라 교인들도 동일하게 갖고 있다. 교회에는 집사와 장로 제도가 따로 없다. 대신 ‘위원회’가 많다. 예배·양육·친교·사회참여 등의 위원회를 말한다. 교인들은 전문성에 따라 각 위원회에 참여해 봉사한다.

모든 걸 함께 만들어 가는 교회는 현재 ‘작은 겨자씨’를 빚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먼저 실현해 보자는 우리의 작은 도전이 주변으로 확산하길 바라는 마음에 ‘작은 겨자씨’를 만들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고군분투가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낮은자리교회의 도전은 언제나 성경에서 출발한다. 모든 교인은 10개 정도의 기도 제목을 두고 매일 묵상기도를 한다. 성경 구절을 자신의 고백으로 바꿔 기도하는 방식이다.

김 목사는 시편 37편 5절 말씀인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를 “무위로 위하오니 겨자씨만 한 하나님 나라를 선취하게 해 주세요”라고 바꿔 1년 반 동안 기도하고 있다. ‘무위로 위하오니’는 ‘값없이 바란다’는 의미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와 같은 도전에 공감하는 교회와 교인들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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