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나토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차이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나토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차이

입력 2023-08-16 04:20

나토, 중국을 안보위협 규정
북한엔 CVID 비핵화 요구
미-유럽 군사동맹으론 이례적
한미일 안보 현안과 일맥상통

그러나 각론은 미묘한 차이
북핵 위협 공조엔 일치하지만
중국 문제는 시각 차 존재
한국이 중국과 척질 순 없어

일본이 과거 상처 헤집는 한
한일 군사동맹은 절대 불가
한미일 협력 불가피해도
한일 양자 관계는 신중해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지난달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은 중국을 나토의 안보 위협국으로 거론했다. 소련의 침략 위협에 맞서 1949년 창설된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군사동맹인 나토로서는 이례적이다. 나토가 중국을 안보 위협국으로 규정한 건 2년 연속이다. 지난해 공동성명이 중국을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국가’로 규정한 데 이어 올해 공동성명은 중국의 위협을 더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중국이 광범위한 정치·경제·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악의적인 하이브리드 작전과 사이버 작전, 허위 정보를 동원해 나토의 안보를 해친다고 적시했다. 또 군축 등을 통해 외부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빠른 속도로 확장되는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도 나토는 우려했다. 90개 항목으로 이뤄진 성명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지만 중국을 성토하는 비중도 작지 않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이 2035년 나토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에 핵탄두 1500개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탄두 1500개는 미국이 실전배치한 핵탄두(1744개)에 육박하는 규모다.

나토 정상회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나토의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정상들은 2년 연속 파트너국 수반 자격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나토의 우려는 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정상회의의 의제와도 일맥상통한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다자회의를 계기로 3자 회담을 가진 적은 있지만 3자 회담만을 위해 따로 일정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3국의 공통된 안보 현안이 집중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의가 정례화된다고 하더라도 나토식 군사동맹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관측이다. 동맹은 공동의 적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한·미·일 세 나라가 공동의 적을 명시적으로 합의하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공조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시각이 같지 않다. 특히 한국은 중국을 대놓고 안보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는 건 곤란하다. 중국은 한국 무역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다.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레버리지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중국과 척질 수는 없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나토식 군사동맹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토는 특정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나토 전체의 공격으로 간주하고 집단 자위권을 발동한다. 만약 한·일 두 나라가 군사동맹을 체결하면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의 정서 상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 한·미·일 세 나라 정상이 만나는 장소가 미 대통령의 별장이자 1978년 중동평화협정이 체결된 캠프 데이비드라고 해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화해했듯이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달라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 정세가 엄중한데 한·일 두 나라가 묵은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북핵 문제를 한국 중심의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일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려면 과거의 상처를 헤집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해방된 지 78년이 지나면서 일제 식민지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민들 사이에 역사적으로 축적된 반일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일본이 100년 전 제국주의식 패권을 추구하던 나라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반복되는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서 보듯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인 15일 일본 정부 각료와 유력 정치인들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또 참배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았지만 공물료를 냈다. 지도자들이 군국주의 향수에 젖은 일본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나라다. 한·미·일의 안보협력은 불가피하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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