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무리하게 입법”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 철회

국민일보

“文정부 무리하게 입법”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 철회

환경부, 지자체 자율 추진 밝혀

입력 2023-09-13 00:04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확대 시행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자율로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전국 의무 시행’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돼 “스스로 규제 권한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환경부는 12일 “현재 국회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시행지역의 성과와 지자체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감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만큼 자원재활용법 취지에 맞게 전국 시행 확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감사 결과를 내놨는데,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아예 전국 시행 의무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받고 컵 반납 시 돌려주는 제도다. 대상은 매장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카페·베이커리 등 사업장이다. 애초 지난해 6월 전국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의 반발이 커지자, 같은 해 12월 2일부터 제주·세종에서 축소 시행됐다.

환경부는 시범지역의 1년 성과를 토대로 전국 시행 시점을 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축소 시행 9개월 만에 ‘지자체 자율 시행’을 검토하면서 사실상 전국 확대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가맹점주들의 상황과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전국 시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부에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관련 입법을 추진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주·세종에서 조금씩 보증금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환경연합은 “초반에는 혼란이 조금 있었지만, 컵 반환율이 올라가고 서서히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행 주체가 역할을 떠넘기면 당연히 제도는 자리 잡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도 “일회용품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규제 권한을 자진해서 반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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