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미리 온 통일’… 기독인들이 사랑으로 품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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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은 ‘미리 온 통일’… 기독인들이 사랑으로 품어줬으면”

[영 쎄오 열전] <22> 북한 이탈 주민 돕는 NGO 유니블하트 김광호 대표

입력 2023-09-1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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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유니블하트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 앞에서 단체 설립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재중 탈북민은 난민’이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듣고 탈북민으로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해당 소식이) ‘제2의 복음’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탈북민 목회자로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광호(47) 유니블하트 대표의 말이다. ‘하나 될 수 있는 마음’을 뜻하는 유니블하트는 탈북 청소년과 탈북민 자녀를 대상으로 ‘유니블 청소년 캠프’와 ‘탈북 청소년 찬양제’를 개최하는 비정부기구(NGO)다. 이들 행사엔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백석대 한국침례신학대 등 주요 신학대 내 북한선교 동아리 연합모임인 ‘신학교 북한선교 동아리 연합회’(신동연) 회원들이 적극 참여한다. 초교파 신학생이 북한 배경의 청소년을 ‘통일 일꾼’으로 세우는 데 한뜻으로 나선 셈이다. 유니블하트 설립을 주도한 그를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통일 한국의 핵심

김 장관의 최근 발언은 김 대표와의 인터뷰 도중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는 “(해당 발언은) 이념과 지지 정당을 떠나 탈북민이라면 모두 반길 소식”이라면서 “제가 ‘제2의 복음’이라고 비유한 건 복음엔 믿음과 희망, 소망이 담겨있지 않느냐. 강제 북송 위기에 놓인 가족을 한국에 데려오자는 이 발언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이고 소망”이라고 말했다.

유니블하트는 지난 7월 31일부터 3박 4일간 대전 헬몬수양관에서 ‘유니블 청소년 캠프’와 ‘탈북청소년 찬양제’를 열었다. 각각 5회차와 2회차를 맞은 캠프와 찬양제에는 청소년 70여명과 신동연 회원 5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특히 북한 배경 청소년뿐 아니라 고려인과 조선족 등 ‘코리아 디아스포라’ 자녀도 참여했다.

김 대표가 행사 참여 대상의 폭을 넓힌 건 남북한뿐 아니라 코리아 디아스포라 청소년도 통일 한국의 핵심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들에 관심을 두는 건 북한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도 한몫한다.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2년 어머니와 누나, 조카와 국경을 넘은 그는 이듬해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을 당했다. 당시 동네에선 김 대표가 김일성 혁명 역사가 담긴 책을 불태우고 탈북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때 그를 구한 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계 출신 친구다. 이 친구가 해당 책이 든 그의 가방을 보위부에 증거로 전달해 정치범수용소행 처분을 면했다. 김 대표는 “북한에선 공직 진출이 불가능한 계층이 3개 있다. 조총련계와 조선족, 범죄자 출신”이라며 “소외 계층이던 친구가 날 도운 게 꽤 인상 깊었다. 이 일 이후 재일교포에게 생명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탈북민 모두의 이야기 ‘내 아버지’
유니블하트와 극단 새벽이 공동 제작한 연극 ‘내 아버지’의 한 장면. 유니블하트 제공

북송 이후 재탈북해 중국서 지내다 2007년 한국에 들어온 그는 하나원 생활 중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고(故) 주선애 장신대 명예교수 등 국내외에서 탈북민을 구출하고 품어주는 기독교인의 삶에 감동해 목회자로 진로를 정하고 백석대 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 중 북한선교 동아리 ‘헤세드’를 세운 그는 꾸준히 타 신학대 북한선교 동아리와 교류하며 연합 활동을 펼쳤다. 2018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해서도 학내 북한선교 동아리에서 세미나를 주최하는 등 통일선교 사역에 주력했다. 이런 경험이 쌓여 2021년 설립된 것이 지금의 유니블하트다.

유니블하트와 극단 새벽이 공동 제작한 연극 ‘내 아버지’는 김 대표 가족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8월 초연한 연극엔 그의 어머니와 누나, 조카와 이들의 회심을 돕는 선교사 이야기가 등장한다. 김 대표와 어머니, 조카는 93년 동시에 북송됐으나 누나는 중국에서 숨어 지내다 이듬해 북송됐다.

96년 어머니와 조카를 데리고 재탈북한 김 대표는 10년간 중국에서 누나를 기다렸지만 어떤 기별도 받지 못한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있으면 남한에 와도 탈북민으로 인정 안 해준다’란 풍문을 믿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누나를 만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연극에선 소식이 끊긴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와 남북한에서 엄마 없이 방황하는 조카의 애절한 사연이 생생히 묘사됐다. 발음 교정 등 탈북민 자문 과정도 거쳐 극에 사실감을 더했다. 김 대표는 “고증이 잘 된 만큼 연극을 보는 탈북민의 몰입감은 상당하다”며 “남한 청중의 경우 ‘이북 사투리 때문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특히 탈북 여성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고 했다. 그는 “북송된 딸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어머니 장면에서 많이들 통곡한다”며 “자신이 겪었던 일과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치유와 위로를 경험했다는 이들을 보며 저 역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간 서울 사랑의교회와 연동교회, 대전 새로남교회 등 전국 교회와 숭실대 호서대 등 기독 사립대에서 연극을 올린 그는 향후 해외 무대 진출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의 꿈은 앞으로 ‘복음으로 남북한 주민과 디아스포라가 하나 돼 예배하는 것’이다. 그는 “탈북민 3만명 시대다. 한국에 6만여 교회가 있는데 한 교회가 탈북민 한 가정을 품어 예수의 제자이자 예배자로, 멘토로 본을 보여준다면 통일의 날도 앞당겨질 것이라 믿는다”며 “‘미리 온 통일’인 탈북민을 사랑으로 품는 데 기독교인이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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