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놓고 무기와 기술 거래하겠다는 북·러의 도발

국민일보

[사설] 대놓고 무기와 기술 거래하겠다는 북·러의 도발

입력 2023-09-14 04:0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TASS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둘의 만남이 관심을 끈 것은 러시아의 핵 및 첨단 군사기술과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간 거래 여부 때문이었다.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안인데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에 대해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방 측 보란 듯이 대놓고 양국이 협력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양국이 무기와 군사기술 거래를 공식화하면 유엔이 주도한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 인공위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하지 못하도록 한 제재 결의 대상이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 역시 2016년 안보리 결의로 금지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당시 북한 제재에 동참한 러시아가 이 모든 것을 허물려고 한다. 북한은 두 차례 실패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다음 달 또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러시아의 도움을 통해 위성 발사가 성공할 경우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찰 기능까지 더해져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쓸리게 된다.

국제 질서에 정면으로 맞서는 북·러의 도발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 북·러가 무기 거래를 강행한다면 주저 없이 제재하겠다고 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안보리 무력화 상황에도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북한 혈맹인 중국이 북·러 협력에 다소 신중한 것인데 우리가 연말에 추진하려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러시아에는 북한을 지원하면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연결돼 한·러 관계가 파탄날 수도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정부의 기민하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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