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 해임건의안 결의한 野, 무한정쟁 언제까지 할 건가

국민일보

[사설] 총리 해임건의안 결의한 野, 무한정쟁 언제까지 할 건가

입력 2023-09-18 04: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단식 17일차인 지난 16일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 전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주말인 16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윤석열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며 한 총리 해임건의안 즉시 제출을 결의했다. 해병대원 순직 조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법 절차 시작, 검사 탄핵 추진, 시민사회 등과 연대한 국민항쟁도 결의문에 포함됐다.

민주당의 총리 해임건의안 결의는 뜬금없는 일이다. 헌법에 규정된 총리 해임건의는 국민 다수가 동의할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지금 한 총리가 해임건의를 당할 정도로 심각한 법적·정치적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총리 해임건의안 결의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투쟁 수단이다. 민주당의 결의문 5개 조항 대부분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검찰의 이 대표 수사는 야당 탄압이니,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국민항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고, 12월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지난 2월에는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신중해야 할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1년에 몇 차례씩 남발하고 있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달리 투쟁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해임건의안이나 제출하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때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던 시기였다. 이번에도 그렇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묶어 이번 주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민주당이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방탄용 해임건의안’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통령실은 17일 민주당의 해임건의 결의를 ‘막장 투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대화하거나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여야의 무한정쟁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정상적인 정치에서 너무 멀리 이탈했다. 여야 한쪽만의 잘못이 아니다. 야당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독주하는 여권, 거대 의석을 무기로 해임건의안을 남발하고 국정 발목잡기를 계속하는 야권 모두에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막장 정치’가 계속될지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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