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 국민 AI 일상화 정책 바람직하다

국민일보

[시론] 전 국민 AI 일상화 정책 바람직하다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

입력 2023-09-19 04:05

보고 듣고 이해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AI)은 이미 산업과 사회 그리고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차에 나타난 초거대 생성형 AI는 우리를 다시 놀라게 한다. AI 챗봇이 인간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애틋한 감정을 담은 시를 지으며, 문장으로 지시한 그림을 그린다. 복잡한 사업계획서의 초안을 잡아주기도 하고, 전문가만 하던 컴퓨터 코드 작성도 가능하다. AI가 이렇게 놀라운 능력을 보이자 우리 정부에서도 발 빠른 반응을 보였다. 과학기술 예산 삭감으로 논란이 많은 상황임에도 내년에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 국민 AI 일상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AI는 범용 기술이다. 그 기술의 가치는 단순히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AI 일상화 계획은 정부가 AI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투자를 국민 일상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노력으로서 돋보인다. AI를 잘 활용하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공복지, 국민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자면 AI 챗봇으로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요금 체납 등의 정보를 분석해 복지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도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해 서비스의 질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업무의 선택과 진행이 간단치 않다. AI를 활용한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제한된 자원으로 어떤 순서로 사업을 수행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업무를 잘 이해함과 동시에 AI의 능력과 한계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더구나 AI는 양면의 칼이다. 잘 활용하면 편익을 제공하지만 잘못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생성형 AI는 잘못된 정보를 쉽게 생성하고 확산할 수 있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AI의 부정적 요소들을 극복하면서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투자는 전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AI가 제공하는 편익을 맛볼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기업에도 AI의 전문성을 갖출 기회를 제공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기업들은 준비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축적된 기술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기술 촉진 정책은 공공에서 시장을 제공하고 기업들이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 역할은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것이나 그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용한 기술을 정확히 알고 적절한 서비스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과도한 요구는 기업들이 맞추지 못할 것이고, 과소한 요구는 국민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적절한 수준의 경쟁으로 기업들이 적절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하게 만드는 것은 공공업무의 예술이다.

이번 사업은 우리 사회가 AI에 준비된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 개발자도 요구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인재는 자신의 업무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다. 이번 계획에 AI 사회를 위한 교육 방안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AI를 접하고 배우게 하며, 대학에서는 모든 전공자가 AI·SW 능력을 심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함은 매우 바람직하다.

AI·SW 능력은 미래 인재에 필수적 소양이며,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회와 경제 등 각 교육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다. 한국이 인터넷·모바일 활용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과 같이 AI 활용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국력이 높아졌으니 연구 수준도 높였으면 한다. AI의 본질에 대한 연구, 현 AI의 약점을 극복하는 연구 그리고 AI를 이용해 전 지구적, 전 인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도 해야 할 때다.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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