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경제 불안과 시사점

국민일보

[경제시평] 중국 경제 불안과 시사점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입력 2023-09-19 04:02

중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작년 말 중국 당국이 극단적 제로코로나 조치를 철회했을 때 중국 경제가 살아나고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파급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 희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기업 부실이 드러나면서 파산 가능성이 커졌으며, 부동산 관련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정부의 부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산업이 위축되면 중국 경기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부동산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된 우리 경제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중국 경제 불안은 일차적으로 금융 건전성이 훼손되며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부채를 증가시키며 과잉투자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투자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고 있다. 경제에 별다른 충격이 없으면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금리 인상 국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먼저 충격을 받는다.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외환위기 이전에 다수의 국내 기업이 부채를 증가시키며 무분별한 투자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외부의 작은 충격에 경제위기가 발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활력이 있는 경제에선 부실기업이 일부 나오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해 나간다. 그러나 중국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체계에서는 부실기업을 골라내고 퇴출시키는 기제가 부족하고 그 효율성도 낮다. 경제 발전 초기에 대규모 자금을 한곳에 집중시켜 성장을 이끄는 데에는 정부 주도의 경제가 유리할 수 있지만,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경제체계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인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중국을 예외라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중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그간 일본이나 우리나라 기술을 도입하며 추격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 성장 전략이 우리나라에서 한계를 보였듯이 중국도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졌다. 임금이 낮은 신흥 경제국이 대다수 부문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거라고 단언하기 어렵겠지만,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 중국 경제 불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을 살펴보자.

우선은 부동산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경계해야 한다. 대출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띄우면 경기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점차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집값 급등은 세대·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는 등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는 경제에 부실이 누적되지 않고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실기업이 식별되고 구조조정이 될 수 있도록 금융시장이 더 발전해야 하며, 부실기업이 원활하게 퇴출되려면 사회안전망과 고용 유연성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쟁 상대인 중국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내부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런 기대가 희망 사항에 그칠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생겼지만, 일본을 모방하며 따라잡기에만 의존한 산업은 결국에는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따라잡히며 경쟁력을 잃었다. 일본은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지만, 첨단 핵심기술 산업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에는 환경 변화 자체보다 내부 역량 축적이 더 중요함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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