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3년 전쟁’ 끝낸 SKB·넷플릭스, 전략적 파트너십 동지됐다

국민일보

망 사용료 ‘3년 전쟁’ 끝낸 SKB·넷플릭스, 전략적 파트너십 동지됐다

모든 소송 취하… 미래 지향적 동행
넷플릭스, 일정 사용료 지급 추정
SKB·SKT, 번들상품으로 제공예정

입력 2023-09-19 04:07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이른바 ‘망 사용료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0년 4월 넷플릭스의 소송으로 시작한 갈등은 3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두 회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이용자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적에서 동지로 돌아선 셈이다.

넷플릭스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18일 “고객에게 보다 나은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동행에 나선다.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지향적 파트너 관계가 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이동통신 요금제나 IPTV 상품에 넷플릭스를 ‘번들 상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기술 협력으로 소비자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드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회사는 갈등 관계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6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항소했다. SK브로드밴드도 ‘부당이득 반환’ 반소를 2021년 9월에 제기했다. 이후 법정공방은 평행선을 그렸다.

그러는 사이에 두 회사의 분쟁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과도한 트래픽(자료 전송량)을 유발하고 있다며 ‘책임’을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책임’에는 넷플릭스 같은 CP가 SK브로드밴드 등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게 포함된다. 넷플릭스가 특정 이동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를 가리는 첫 소송이 한국에서 펼쳐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경쟁구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미디어 시장은 일반 채널을 기반으로 한 폐쇄형 구조에서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개방형 구조로 바뀌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TV에 탑재돼 일반 소비자가 자유롭게 즐기는 형태로 시장이 변화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요금제에 넷플릭스를 넣어 이용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다만 SK브로드밴드는 소송전 여파로 넷플릭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한국 1위 이동통신사와의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OTT 가입자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SK그룹 측으로부터 이용자를 끌어와야만 한다. ‘글로벌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망 사용료를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도 다소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였다. 2심도 망 사용료 지급으로 결론 난다면 사실상 ‘최초의 사례’가 만들어진다. 참고 사례가 돼 여러 국가에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판결이 굳어지면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어 합의로 빠르게 마무리하는 게 유리하다.

한편 두 회사의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산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일정 수준의 망 사용료를 SK브로드밴드에 제공하는 형태로 합의했다고 추정한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텔레콤은 2019년 메타(옛 페이스북)와 협상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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