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테크 파업’ 시대

국민일보

[한마당] ‘테크 파업’ 시대

태원준 논설위원

입력 2023-09-19 04:10

미국은 지금 어느 해보다 가열 찬 하투(夏鬪) 몸살을 앓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업에 돌입했고, 할리우드의 영화·방송 작가 총파업은 다섯 달째에 접어들었다. 아마존 노조는 지난 6월 출퇴근제로 복귀하려는 사측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고, 스타벅스 노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부른 주문 폭주에 반기를 들었다. 철도용 기차를 만드는 웝테크 노조 역시 두 달 넘게 끌어온 파업을 지난주에야 접었다. 일련의 상황은 기존에 없던 신기술이 노동자를 자극해 벌어진 ‘테크 파업’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UAW 파업의 핵심 쟁점은 전기차다. 내연기관보다 부품이 40% 적은 전기차 세상이 닥치자 위기를 느낀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 노조는 주력 차종이 전기차로 바뀌어도 조합원 일자리가 줄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넣으려 하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은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췄다. AI를 활용한 대본은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는 조항을 요구하는 중이다. 아마존 노조는 거꾸로 신기술의 노동친화적 장점을 강조했다. 화상회의 등 재택근무 여건이 갖춰졌는데 왜 굳이 출근해야 하냐며 사측 방침을 거부하고 나섰다. 반면 스타벅스 노조는 온라인 주문이 너무 많아 근로여건이 열악해졌다면서 신기술 적용의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웝테크 노조의 요구사항이 눈에 띈다. 그들은 회사에 “신기술을 개발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해선 철도의 미래가 없으니 친환경 기관차 개발에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사항을 내걸었고, 사측이 투자를 약속하고서야 파업을 접었다. 이는 국내 철도노조의 최근 파업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KTX와 SRT의 경쟁체제를 무력화해 당장의 이익을 좇으려는 철도노조와 달리 철도의 존립 여부, 즉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혁신을 통한 변화가 당연시되는 사회와 그런 변화가 강한 저항에 부닥치는 사회의 차이는 이렇게 파업의 풍경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굳이 타다의 사례를 꺼내지 않더라도.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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