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주택공급대책, ‘적당히’는 안 된다

국민일보

[여의춘추] 주택공급대책, ‘적당히’는 안 된다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23-09-19 04:20

부동산 급등 따른 부작용 심각
코인 주식과 함께 머니게임 대상
미래세대, 한탕주의 유혹 심해

올해 들어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 급감… 270만 가구 공급
약속한 8·16 대책에 적신호

직전 정부 실패 답습 않으려면
공급 대책 차질없이 추진하고
시장 안정 확실한 신호 보내야

부동산정책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사안 중 하나다. 문재인정부에선 부동산정책 실패가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 구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겠지만, 아니었다.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 수요가 문제라는 식으로 시장원리에 반하는 편향적 정책을 고집했고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 풍선효과와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은 무시했다. 정책효과가 나오기 전인데도 큰소리부터 쳤고 잇따라 내놓은 정책은 역효과만 낳았다. 부동산가격 하락을 장담한 정부에서 다주택 등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은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의 이중 행태, 처절한 실패로 드러난 후에도 상황적으로 불가피했다며 책임지지 않는 자세는 불신을 키웠다. 문제 인식부터 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 사후 평가까지 총체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결과는 망국적이었다. 코인·주식과 함께 부동산이 3대 머니게임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평균적인 직장인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10년을 저축해도 손에 쥐기 어려운 돈이 부동산시장에선 몇 달 새 불어났다. 급등 초기에 ‘영끌’로 갭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단기간에 ‘로또’급 시세차익을 봤다. 이때 현금화하지 못했거나 뒤늦게 영끌 투자에 나섰다가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이들도 있다. 전월세까지 급등하자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한탕주의의 유혹에 흔들렸다. 부동산을 선점한 기성세대가 ‘성실’ ‘노력’ 운운하며 미래세대를 착취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투기 자본에 비판적이었던 문재인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이들의 놀이판으로 만들어준 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이다. 실패를 감추기 위해 관련 통계까지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석고대죄로도 모자란다.

윤석열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달라야 했다. 직전 정부의 실패를 지켜보며 집권했기에 다를 것으로 기대하는 이도 많았다. 문재인정부가 ‘공급은 충분하다’는 환상에 매달려 뒤늦게 내놓은 공급대책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었다. 부동산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던 지난해 11월 경기도 김포에 4만6000가구 규모의 제2한강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건 박수를 보낼 만했다.

종합부동산세 등을 완화했지만 부동산가격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투기심리를 자극한 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이었다. 공급 확대 없는 대출규제 완화는 부동산가격을 자극하는 위험요소인데, 올해 주택 공급에는 적신호가 들어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20만7278건으로 전년 동기 29만5855건 대비 29.9% 줄었다. 이 중 아파트 인허가는 17만8209건으로 24.9%, 단독·다세대 등 비아파트 인허가는 2만9069건으로 50.3% 하락했다. 착공 실적도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누적 주택 착공 실적은 10만2299건이다. 전년 동기(22만3082건) 대비 54.1% 줄었다. 수도권(5만3968건)에서 53.7%, 지방(4만8331건)에서 54.6%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8·16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임기 내에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50만 가구 등 수도권에 총 158만 가구, 지방은 광역·특별자치시에 52만 가구 등 총 11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는데 첫해부터 삐걱거리는 셈이다. 3기 신도시도 2025~2026년 최초 입주가 계획됐지만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1~2년 미뤄졌다. 공공주택 공급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과 전관 카르텔 문제로 위축돼 있다. 주택 공급이 미진한 원인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에 따른 자금난, 인건비와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 부담 증가가 꼽힌다.

주택공급 부족 우려가 투기심리를 자극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조만간 부동산공급활성화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시장은 여기에 담긴 정부의 의지를 주목한다. 대출규제 완화 때처럼 부동산과 가계대출 안정보다 업계 살리기나 경기 부양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신호가 읽히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다주택 투기심리를 자극하거나 기존 소유자에게 특혜를 주는 엇박자 대책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적당한 대책으론 들썩이는 투기심리를 꺾기 어렵다.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 불안을 초래한 것은 정부다. 시장의 불안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기대한다.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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