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짭짤했는데… 행동주의 펀드 샀다가 개미들 ‘울상’

국민일보

예전엔 짭짤했는데… 행동주의 펀드 샀다가 개미들 ‘울상’

DB하이텍·현대엘리베이터 맥 못춰
새롭지 않은 지배구조에만 집중해
영역·주제 확장해야 수급 변화 가능

입력 2023-09-19 00:04

올해 초 주가 상승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최근에는 주가 상승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되레 주가 하락을 맞은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최대주주와의 지분 경쟁이나 배당 성향 개선 등으로 단기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예상 밖 투자 손실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는 ‘행동주의 펀드 따라 (주식을) 샀다가 물렸다’는 불만 표출이 올라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은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주주서한이 공개된 지난 6월 1일 이후 이날까지 15.2% 하락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후진적 지배구조’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개선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의 기미는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과는 다른 주가 흐름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0.99%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7.89% 올랐다.

행동주의 펀드 활약을 기대해 이 종목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다. KCGI가 주주 서한을 공개한 이후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413억원어치 DB하이텍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22억원, 5억8000만원 순매도했다.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KCGI자산운용도 상황은 비슷하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 23일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주주서한에는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현정은 회장이 과도한 연봉을 수령하고 있다면서 사내이사 사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를 보유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의 주주서한 발송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13.8% 하락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하며 주가를 끌어 내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이 새롭지 않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된 내용이어서 수급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배구조에만 집중하고 접근한다”며 “해외의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고 있어 신선함 측면에서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좀 떨어진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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