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역대급 59조 ‘펑크’… 나라살림 비상등

국민일보

세수 역대급 59조 ‘펑크’… 나라살림 비상등

경기침체에 3대세목 모두 감소
올 국세 341조… 예상치 14.8%↓
세계잉여금·외평기금 등 ‘영끌’

입력 2023-09-19 04:07
국민일보DB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60조원 가까이 덜 걷힐 것으로 재추계되면서 ‘나라 곳간’에 적신호가 켜졌다. 3대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세수가 모두 다 예상치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수출 감소로 기업 실적이 쪼그라들고,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 속 내수에 찬바람이 불어닥친 영향이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하면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수추계 오차를 줄이지 못할 경우 이 같은 ‘땜질 처방’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400조5000억원)보다 59조1000억원 덜 들어온 341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18일 밝혔다. 당초 예상치와의 오차율은 14.8%에 달한다.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한 상황을 뜻하는 세수결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오차율이다.

3대 세목 세수가 추계치보다 더 적게 걷힌 영향이 컸다. 당초 정부는 올해 105조원의 법인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재추계 결과를 보면 실제 걷힐 세액은 79조6000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글로벌 경쟁 심화로 반도체 등이 급격한 경기 하강을 겪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부분이 법인세를 비롯한 자산세수 감소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소득세수 감소는 부동산 시장 영향이 컸다. 정부는 올해 기존 예상보다 17조7000억원 줄어든 114조2000억원의 소득세가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수가 지난해 추계 대비 41.2% 감소한 17조50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부가세는 수입 부진 등의 영향으로 당초(83조2000억원)보다 11.2% 감소한 73조9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재추계됐다.

정부 예산은 세수 추계를 토대로 설계가 된다. 추계치보다 세수가 적을 경우 예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세계잉여금 2조8000억원을 활용키로 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20조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도 동원할 계획이다. 외평기금을 상환하면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일정 부분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그만큼의 여윳돈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세수 감소로 부족해진 지방교부세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그간 초과세수로 20조원 넘게 누적돼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교부세가 11조6000억원 부족한 상황인데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중 사용 가능 금액은 13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수추계가 또 큰 오차를 낼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세수 추계 오차율은 평균 7.3%에 달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별업종의 미시적 변수를 분석할 수 있는 전담팀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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