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람이 있다면 “미워 죽겠습니다” 솔직하게 기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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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이 있다면 “미워 죽겠습니다” 솔직하게 기도하세요

‘분노의 시대’ 신앙적인 분노 관리는

입력 2023-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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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정도가 지나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비정상이다. 삐뚤어진 분노가 무고한 이들을 해치며 충격에 빠뜨린 범죄들이 일어난 지 한 달여를 넘겼다. 이제 잠잠한 듯 보이지만 분노를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통계는 ‘분노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방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조절장애 1차 진단을 받은 진료 건수는 1만869건으로 4년 전인 2018년(9455건)보다 15%p 증가했다. 병원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는 정서를 감안했을 때 그 수치는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기독교인이라고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성경에도 분노나 화에 대한 말씀이 많다. 대표적으로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엡 4:26)는 말씀인데 과연 기독교인은 분노를 제대로 다루고 있을까. 기독교 상담 전문가들은 부정적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를 터부시하는 교회 문화가 분노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 등 신앙공동체가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함께 배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내 분노는 괜찮을까


기독교 상담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노 수위를 인식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화를 낼 때마다 욕설한다’ ‘화가 나면 통제력을 잃고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한다’ 등 10가지 자가 테스트 질문(표 참조)에서 4~5가지에 해당한다면 분노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편이다. 6가지 이상이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분노는 정상적이며 건강하며 때로는 유용한 감정이다. 그러나 분노를 드러낼 때 공격성이 얼마나 발현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김충렬 한국상담치료연구소 박사는 “분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모를 때 반항이나 무례함, 짜증과 공격성으로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분노 해소법으로 솔직한 기도를 제안했다. 이는 부정적 감정을 내면에 쌓아두지 않고 발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 박사는 “미운 대상을 놓고 기도할 때 ‘그 사람이 미워 죽겠습니다. 정말 죽이고 싶습니다’처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게 되며 나중엔 상대에 대한 인간적 동료애가 생기면서 상대방을 용서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리 못 한 분노, 교회에선 어떻게?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고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분노는 자신을 공격해 무너뜨린 뒤 상식적이지 않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신앙공동체는 분노 표출을 돕고 개인이 성숙하도록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박은정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는 “가정으로부터 상처받은 개인이 건강한 신앙공동체에게서 다시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의 주장대로 부모 등 주 양육자에게 자기애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심리적 상처를 받은 개인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자기대상(Self-Object·타인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체험하는 현상) 경험을 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서현역 흉기 난동과 신림동 등산로 성범죄 사건 가해자 모두 가정에서 포기 또는 방치했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며 “교회는 주 양육자로부터 버려진 이들에게 따뜻한 눈빛과 존중의 태도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노 감정 드러내는 분위기 조성돼야

신앙공동체가 분노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대두됐다. 김기철 감리교신학대(기독교심리상담학) 교수는 “분노는 하나님이 주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평화롭게 표출하고 격려할 수 있는 모임을 추천한다”며 “상대에게 소리치며 화내라는 게 아니다. 분노를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이런 연습을 통해 자기 속에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다”고 했다.

부부 참석자들이 최근 인천 마전교회에서 열린 ‘3040부부알파’ 행사에서 몸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마전교회 제공

지난달 27일 인천 마전교회(김광후 목사)는 분노 등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부부 움직임 치료 강연을 개최했다. 가천대학교에서 무용치료학을 가르친 김유선심층치유연구소 김유선 소장이 함께했다. 원형으로 앉은 17쌍의 부부는 몸을 흔들거리는 등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먼저 느낀 뒤 서로가 악기와 연주자가 되어 다양한 감정을 몸으로 표현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손끝에 마음에 담아, 사랑의 물방울을 튕겨주듯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악기를 연주해보세요” 등 김 소장의 주문에 따라 참여자들은 서로를 쓰다듬거나 두들기는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했다. 90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움직인 부부는 서로를 안아주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50대인 한 여성 성도는 “평소 몸매를 두고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뒤에서 본 남편 모습이 제법 멋있었다”고 칭찬했고, 40대 남성 성도는 “나를 만져주는 섬세한 손길을 느끼니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김 소장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만나보고 이를 공격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하고 그걸 수용 받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나님과의 관계 정립이 우선

분노 해결 방법은 신앙 여부와 상관이 없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분노 해소 과정에서 하나님과의 왜곡된 관계까지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광성교회 상담 목사인 성혜옥 미담상담센터장은 기독교인 중 왜곡된 하나님의 표상을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특히 부모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센터장은 “예를 들어 칭찬에 인색하고 사사건건 문제 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그는 비슷한 하나님의 형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담 등을 통해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어긋난 관계를 파악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해하면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올바르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타인에게 자기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고 인간관계도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오은진 뉴라이프심리상담센터장은 “사람과의 관계 상처가 분노 유발의 이유인 경우가 많은데 신앙인의 경우 관계가 잘 안 풀릴 때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그 관계가 일그러지기도 한다”며 “그렇기에 기독교인은 신앙을 기반으로 한 상담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영성 기도에서 흔히 쓰이는 ‘호흡 기도법’을 추천했다. 이 기도는 분노가 몸에 머물지 않도록 호흡으로 풀어주는 방법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 성령을 초대하듯 인식하면서 부정적이고 힘들었던 부분은 숨을 내쉬며 내보내는 것이다.

신앙 공동체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데는 상담 전문가를 통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성 센터장은 “과거 한 교회에서 상담 목사로 섬길 당시 7~12주 동안 심리 상담 강연을 진행한 뒤 1박 2일 그룹 심리 치료를 하니 그제야 서로의 정서적 연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더라”고 귀띔했다.

최경숙 숨쉬는뜨락 센터장은 “교회 상담실이나 소모임 형태의 상담이 이뤄질 경우, 훈련과 교육이 미숙하면 되레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교회와 분리된 지역 연계 상담실이나 지역 교회가 연합해 상담실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뉴스를 접하면서 교회가 이들의 분노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교회가 부정적 감정을 건전하게 표현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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