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통계 조작

국민일보

[한마당] 통계 조작

전석운 논설위원

입력 2023-09-21 04:10

그리스의 재정 파탄과 국가 부도 위기는 통계 조작에서 비롯됐다. 2009년 집권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전임 정권이 심각한 재정 적자를 은폐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그리스의 신인도를 ‘투자 부적격’으로 낮췄다. 그리스 국채는 투매 대상이었다. 그리스는 이듬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그리스가 지난해 3월 구제 금융을 벗어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인플레이션율을 25%에서 10%로 낮춰 발표했다가 IMF 지원이 중단됐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경제 실정을 감추고 대외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IMF 판단이었다. 베트남은 2020년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통계 조작이라는 의심을 샀다. 미 해군은 베트남의 발표를 믿고 항공모함을 입항시켰다가 수병들이 집단감염됐다.

중국은 통계 조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허난성 정저우시는 2021년 7월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97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축소 의혹이 제기되자 339명으로 수정했다. 국무원이 진상조사를 벌였더니 실제 사망·실종자가 380명으로 늘었다. 쉬리이 정저우시 서기가 면직되고 공무원 89명이 징계를 받았다. 캉이 중국 통계국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통계를 속이는 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는 가장 흔한 조작 수법으로 표본과 평균의 왜곡을 꼽았다. 모집단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표본을 설정하면 실상과 전혀 다른 조사 결과가 나온다. 산술평균값과 중앙값, 최빈값 중 무엇을 평균으로 채택하느냐에 따라 가구소득이나 평균임금이 확 달라진다.

문재인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사건이 대전지검에 배당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통계 조작이 정부 차원에서 벌어졌다는 감사원 감사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범죄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명확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