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중 최고 유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한국 경제

국민일보

[사설] 연중 최고 유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한국 경제

입력 2023-09-21 04:02
국민일보DB

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20일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기준 배럴당 94.34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두바이유 가격도 95.19달러로 100달러에 근접했다. 유가는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9월에서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최근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월가에서는 조만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 이은 2차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 상승은 더욱 치명적이다. 지난 7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날 정도로 실물 경기는 좋지 않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은 11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그나마 소비자물가가 7월 2%대 안정세를 보이는 등 올 상반기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숨을 돌렸었다. 그런데 8월 소비자물가가 3.4%로 뛰어오른 데 이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도 지난달 1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와중에 국제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 물가 불안뿐 아니라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온다. 자칫 내수, 수출, 물가 모두 타격을 입으며 정부가 기대한 하반기 경기 회복이 물건너가게 된다.

외부 변수인 유가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처할 부분은 적다. 그렇다면 고유가·고물가에 대비한 에너지 효율화, 경제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 외부 악재에 대한 방파제를 쌓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를 보면 정부가 이를 등한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계속된 유류세 인하 조치로 에너지 과소비 구조는 해소되지 않았고 시장 다변화와 초격차를 통한 수출 회복은 요원하다. 가계부채는 올 들어 더 심각해졌다. 이는 미국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아 고물가와 자본 유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걸 의미한다. 유가 재공습은 한국 경제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놨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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