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기치고 마약하고… MZ조폭 ‘꼬깡’이 사는 법

국민일보

중고차 사기치고 마약하고… MZ조폭 ‘꼬깡’이 사는 법

판매 위탁받은 고급 리스차 재임대
판매 중개료보다 훨씬 큰 돈 만져
유흥업소 종사자 통해 마약류 접해

입력 2023-09-21 00:02
영화 ‘범죄도시3’에서 중고차 딜러이자 깡패인 ‘초롱이’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40대 A씨는 최근 고급 SUV를 중고차 딜러에게 위탁판매를 맡겼다가 차량 자체를 분실했다. 주변에서 이런 방식의 중고차 거래 위험성을 듣고 차량에 위치정보 시스템까지 달았지만, 차량 신호는 인천 도심지 인근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수소문 끝에 소위 ‘꼬깡’(꼬마깡패)으로 불리는 문신한 중고차 딜러가 필로폰 투약 혐의 등으로 경찰 추적을 받게 되자 차를 팔아 도피자금을 마련한 뒤 필리핀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20일 “의심스러운 중고차 딜러에게 차를 맡기는 건 자살 행위일 수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업계에서 ‘꼬깡’으로 칭해지는 MZ조폭들이 돈벌이를 위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년가량 고급 중고차 거래를 해온 B씨는 “꼬깡들은 통상 지방에 있다가 서울에 올라오면서 ‘큰돈을 만지겠다’는 생각에 중고차 딜러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중고차 딜러로 변신한 꼬깡들은 주로 판매 위탁을 받은 고가의 리스 차량을 의뢰자 몰래 재임대하면서 그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고 한다. B씨는 “가령 5억원짜리 슈퍼카를 의뢰자가 판매 위탁했다고 하자. 이런 차들은 리스 차량일 경우가 많은데, 리스료가 월 800만원 정도라면 리스 명의는 그대로 두고 월 1500만원에 렌털을 준다”며 “리스료를 빼도 매달 700만원이 남는 셈인데, 이런 차량이 10대면 한 달에 약 7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시세의 곱절에 달하는 비용을 내고 슈퍼카를 빌리는 이들 역시 주로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는 등 불법적 자금 운용이 의심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차량을 바로 구입할 재력은 없고, 리스 계약을 직접 할 정도의 신용도 없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꼬깡 중고차 딜러가 다른 꼬깡에게 차를 대여하고 돈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연결된 꼬깡들끼리 조직을 결성하기도 한다. B씨는 “진짜 재력가는 슈퍼카를 직접 사거나 법인 명의로 차량을 임대하지, 이런 식으로 임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직폭력배 수사 경력이 많은 한 형사도 “중고차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기성이 농후한 범죄자나 조폭 비슷한 이들이 많이 끼어 있다”고 전했다.

꼬깡들이 벌어들인 ‘검은돈’은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와 ‘마약류 장사’를 벌이는 병원으로까지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 압구정에 있는 의원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C씨는 “유흥업소 접대부로 보이는 여성이 종종 남성을 같이 데려와 케타민과 프로포폴 등을 투약받으며 시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분을 산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28·구속 기소)씨와 ‘논현동 람보르기니 사건’ 피의자 홍모(30)씨 역시 꼬깡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 이들이 운전했던 고급 차량은 모두 타인 명의 리스 차량이었다. 신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친한 형이 매달 렌털료만 내라고 해서 내고 탄 차”라고 진술했었다. 두 사람 모두 중고차 딜러 경력이 있고, 사건 당시 마약류도 검출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MZ조폭과의 연관성은 물론 이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불법적인 수익을 거뒀는지, 주식 리딩방이나 코인 사기, 불법도박 사이트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인 흔적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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