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가결된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치 복원의 계기 돼야

국민일보

[사설] 결국 가결된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치 복원의 계기 돼야

입력 2023-09-22 04:02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국회에서 이재명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1년 넘게 계속돼온 방탄 정치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위증 교사 등 일곱 사건에서 배임(총 5035억원)과 제3자 뇌물(239억원)을 비롯해 모두 열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2월 첫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정치적 생명을 연장했던 그는 이제 법원의 영장심사장에 서게 된다. 유무죄를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정치판을 극단적 갈등과 대결로 내몰아온 핵심 요인에 대해 사법부의 일차적 판단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여야 모두 존중하며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훼손하는 사법의 정치화, 이제는 근절해야 할 때다.

피의자 정치인 한 사람의 정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해온 지난 1년여 동안 한국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국회는 사법절차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가 열렸고, 뇌물 의원 체포까지 막는 방탄 표결이 수차례 이뤄졌으며, 급기야 방탄 단식의 천막이 설치됐다. 안 그래도 허약한 정치의 신뢰는 방탄용 말 바꾸기에 더욱 추락했다. 불체포특권 폐기 공약에 이어 특권 포기 대국민 약속까지 대놓고 뒤집혔다. 민주당은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올인하느라 이날 가결된 총리 해임건의안처럼 압도적 의석을 고작 방탄용 맞불 정쟁에 활용해왔고, 강성 팬덤에 휘둘려 수많은 의원이 방탄 표결을 공개 서약하는 신세가 됐다. 무엇보다 민생을 위해 작동해야 할 정치 본연의 기능이 사라졌다. 입법 폭주와 거부권이 충돌하는 극한 대결 속에서 우주항공청이나 재정준칙처럼 정쟁거리일 수 없는 입법마저 줄줄이 표류했다.

이런 대결 정치가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 보여주듯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가결 정족수를 가까스로 넘겼는데, 그렇게라도 통과됐다는 사실은 정치의 복원을 바라는 이들이 국회에 그만큼 존재함을 말해준다. 노골적인 방탄 단식과 병상 호소도 왜곡된 정치판을 바꿔보려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방탄 정당의 극단적인 길에서 이제 국회 제1당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하며,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복원하는 더 큰 책임은 당연히 여당에 있다. 지금까지 보였던 대결 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나 정치를 본래의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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