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산재 작년 445건… 5년새 倍 증가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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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산재 작년 445건… 5년새 倍 증가 [이슈&탐사]

감정노동자 우울증도 일반인보다 많아
고위험군 정밀조사… 선제적 보호 절실

입력 2023-09-25 04:03

온 사회가 갑질 폐해와 감정노동자 보호를 부르짖은 이후에도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숫자는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일로 정신질환을 얻었다고 인정된 숫자는 5년 사이 2배 이상이 됐고,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서비스·판매 종사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10년째 연 1200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감정노동자의 범위와 고위험군의 정밀조사를 시작으로 선제적 보호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 청구해 24일 입수한 ‘정신질병 산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병 사유에 따른 산업재해 승인건수는 2018년 201건에서 지난해 445건으로 121% 증가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 출신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직도 직장에서 폭력과 성희롱, 언어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노동자에 대한 갑질과 괴롭힘이 산재 증가를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산재 신청’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결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제도가 개선되며 감정노동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서비스직의 자살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 종사자’의 자살자 수는 2021년 1267명이다. 10년 전인 2011년(1333명)에서 소폭 줄어들었지만 서비스직의 자살 비중은 8.4%에서 9.5%로 오히려 늘었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의 위험성이 2배가량 높다. 감정노동을 자살의 유일한 요인으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감정노동을 빼고 이들의 비극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고위험군’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조사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감정노동자 중에서도 교사나 요양보호사, 가사노동자 등 ‘휴먼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자살 통계를 더 엄밀하게 작성해 ‘고위험군’을 밝혀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살 통계는 사망 당시 직업만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일터에서 오래도록 괴로움을 겪은 이가 자살 직전 실직했더라도 그를 ‘무직’으로 간주한다. 백 교수는 “감정노동의 문제와 결과를 논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자살하기 전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슈&탐사팀 김지훈 정진영 이택현 이경원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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