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노동자 年 1000명 이상 극단 선택… 베르테르 효과 우려” [이슈&탐사]

국민일보

“서비스 노동자 年 1000명 이상 극단 선택… 베르테르 효과 우려” [이슈&탐사]

백종우 전 복지부 심리부검센터장

입력 2023-09-25 04:02
백종우 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 지난 12일 경희대 의료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웅 기자

매년 1000명 이상의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특별한 상황이 공유되거나 구체적인 유서가 발견되지 않는 한 이들이 어떤 이유로 극단선택을 했는지 밝혀내기도,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극단선택을 한 이들의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사인을 밝혀낸다. 심리부검센터장을 역임, 자살자의 생전 모습을 추적해온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과 폭력은 전염력이 있다”고 말했다. 자살 고위험군의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한 것이다.

-심리부검이란 어떤 개념인가.

“전통적 부검의 목적이 사망자의 물리적인 사인(死因)을 밝히는 것이라면, 심리부검은 사망 당시 고인의 상황과 심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가족과 동료의 인터뷰, 일기, 유서, 금융기록 등을 살펴본다.”

-심리부검의 영역에서 감정노동자의 자살을 해석한다면 어떤 특징이 있는가.

“심리부검 대상이 되는 분들을 보면 직장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직장 문제를 밝혀내려면 동료들의 증언이 필수적인데, 동료들이 이걸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심리부검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애써 얻은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도 많다. 동료의 심리부검에 참여해 직장 내 일을 말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내부고발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서비스직군 감정노동자들이 극단선택을 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감정노동자 심리부검 사례가 있는가.

“직장에서 승진해 새로운 부서로 발령나고, 주변에서 모두가 축하하던 분이 직장 관사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승진을 하면서 근무지를 옮겼고, 새 부서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변에는 상담할 사람이 없었고 이때 얻은 우울증으로 돌아가셨다. 남들이 볼 때는 굉장히 촉망받는 사람일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유로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노동 직군 종사자들이 상대적으로 자살에 취약한 ‘고위험군’이라는 해석이 가능한가.

“자신의 웃음을 상품으로 파는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이 왕이다”는 표현에 맞춰 ‘진상 고객’까지 만족시키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콜센터, VIP를 상대하는 백화점, 중환자와 보호자를 상대하는 보건의료인 등에서 직무 스트레스가 증가했음이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서비스·판매노동자들이 전체 자살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은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나랑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살면 뭐하냐’는 생각을 갖게 되는 ‘베르테르 효과’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의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초반에는 교통사고로 매년 1만3000여명이 사망했는데, 최근에는 2000명대로 줄었다. 이는 단일 요소를 개선해 이뤄낸 성과가 아니다. 교통 관련 법과 제도를 고치고 중간분리대를 설치하고 과속 방지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나. 자살 예방도 똑같다.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고위험군을 빠르게 선별해 정신과 치료같이 적절한 서비스에 연계해주는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슈&탐사팀 정진영 김지훈 이택현 이경원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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