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먹구름 벌써 드리워지는 내년 경제

국민일보

[경제시평] 먹구름 벌써 드리워지는 내년 경제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입력 2023-09-26 04:02

올 한 해 침체 진입을 두고 논란이 거셌던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9월 발표한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기존 전망치인 1.0%보다 배 이상 높다. 반면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로 강한 경기 반등을 예상했던 중국 경제는 저조한 성적표를 피하기 어렵다. 국내 경기 역시 기대에 밑도는 성장률이 전망된다. 2% 내외 성장률을 당초 예상했지만 1% 초중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3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다가오는 2024년 경제다. 내년 경제를 전망하는 데 낙관적 요인이 보이지 않고 부정적 요인만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고금리 현상 장기화가 가장 큰 먹구름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 사이클은 대부분 종착역에 이르고 있지만 금리 인상 종료만으로 경기를 반등시키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보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떠나 현 고금리 수준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 분명해졌다. 고금리 장기화 현상의 가장 큰 부작용은 부채 리스크 현실화다. 지난 8월 초 피치사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정부 부채 급증이다. 팬데믹 기간 급격히 늘어난 부채가 고금리 장기화로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빚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중국도 기업과 지방정부의 숨겨왔던 부채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를 일본형 장기 불황 국면 진입으로 내몰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다.

국내 역시 부채 리스크에 직면 중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함께 가계 및 기업의 부채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 단기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자금경색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부채 리스크의 일부 시그널이다. 중국 부채 리스크가 확산될 경우 국내 부채 리스크를 더욱 자극해 금융시장이 커다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정책 효과 소멸도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미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재정정책마저 긴축으로 전환되는 쌍둥이 긴축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원의 리쇼어링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단행했다. 그러나 급증한 정부 부채와 이자 부담으로 내년 미국 재정지출은 동결될 공산이 높다. 올해 미국 경기 연착륙의 주된 동력 중 하나였던 재정정책 효과가 소멸되는 것이다.

유로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미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두고 ‘유럽의 병자’라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에너지 리스크, 고물가 현상 장기화, 고령화, 첨단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독일 경제를 유럽의 병자로 낙인시키고 있다. 그리고 독일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가 내년 유로존 경제의 회복 강도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주요국의 차갑고 어두운 경제 현실은 국내 수출 전망 역시 흐리게 하고 있다. 내년 국내 경기의 주된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직면한 정책적 딜레마도 다소 걱정스럽다. 국내 경기 상황과 부채 리스크를 고려하면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 및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 폭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도 정책을 통한 경기 동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경기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L(엘)자형’ 저성장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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