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끊이지 않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회안전망 강화하라

국민일보

[사설] 끊이지 않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회안전망 강화하라

입력 2023-09-26 04:04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숨진 일가족 5명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시 등 3곳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사건에서도 경찰은 어머니가 초등학생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수사 중이다. 지난달에는 아버지가 중·고등학생 남매를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 지난 3월에도 아버지가 어린 자녀 3명을 잇달아 숨지게 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런 식의 자녀 살해 뒤 자살이 해마다 계속 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어른의 잘못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1년 자녀 살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모두 42건이다. 복지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7건이었으나 2019년 9건, 2020년 12건, 2021년 14건으로 늘었다. 부모와 아동이 모두 숨진 경우 정확한 사망 경위 분석이 쉽지 않음을 고려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건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 문제다. 한 부모는 “빚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남겨진 아이들이 손가락질 받을 게 두려웠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도 자녀 살해는 용납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다. 이는 동반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자녀 살해다.

아무리 어린 자녀라 해도 이미 세상에 태어난 이상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들은 남겨진 아이가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런 일을 저지른다. 정부는 위기 가정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신호가 왔을 때 의심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