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표 영장심사에 민주당의 명운을 걸어선 안 된다

국민일보

[사설] 이 대표 영장심사에 민주당의 명운을 걸어선 안 된다

입력 2023-09-26 04:02
지난 21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오늘 열린다. 검찰이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와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른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옥중 공천을 하고 옥중 출마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영장이 기각되면 이른바 비명계 찍어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파다하다.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가결파 색출과 공격의 광풍이 계속되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야당 정치인이 옥중 출마해 당선된 사례도 있고,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된 정치인들이 옥중 출마한 경우도 있었다. 이 대표는 사상범이 아니다. 이 대표는 배임 위증교사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가 여러 차례 공언한 대로 정당한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고,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국회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영장심사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 짜기에만 매몰되면 민주당은 이 대표 개인 사당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것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옥중 공천이든 비명계 찍어내기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전투구식 내분만 끝없이 계속될 뿐이다.

민주당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영장심사 결과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다. 특정 팬덤의 정당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민주당 본연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해법이다. 여권의 이념 공세를 비판하면서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국회의원을 색출해 보복하겠다는 행태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친명계와 비명계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는 정당에 표를 줄 국민은 없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야당이다. 검찰 수사를 받는 당 대표 방탄을 위해 국무위원 해임결의안을 남발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정당이 아니다. 이 대표 구속 여부에 민주당의 명운을 걸어서는 안 된다. 계파에 상관없이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