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경력 단절, 공감한다는 말 다소 씁쓸… 나도 겪어”

국민일보

“육아로 경력 단절, 공감한다는 말 다소 씁쓸… 나도 겪어”

‘잔혹한 인턴’ 해라 역 라미란
본인도 임신 후 2년간 연기 쉬어
“평범해도 주인공 하는 좋은 시대”

입력 2023-09-26 04:03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에서 재취직한 경단녀 고해라를 연기한 배우 라미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티빙 제공

잘 나가던 MD에서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만 7년을 살았다.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인 고해라(라미란)는 다시 일하고 싶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 남편 대신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단녀의 재취직은 쉽지 않았다. 회사 내 육아휴직 예정자들이 스스로 사직하게끔 만들라는 ‘미션’을 받는 조건으로 겨우 인턴으로 취직했다. 40대 경력 인턴인 그가 팀원들과 어울리기조차 쉽지 않다. 이 직장생활, 잘해나갈 수 있을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출산을 앞둔 직장인,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을 담았다. 지난달 11일 첫 회가 공개된 후 이달 15일까지 순차 공개됐다. 극 중 해라가 다니는 마켓하우스는 여직원들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출산이 임박한 직원들은 돌아올 자리가 없을까 봐 불안감을 호소한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시대라지만 여전히 현실이 법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꼬집는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자신도 해라처럼 경력 단절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연극 무대에 서던 라미란도 임신 후 2년간 연기를 쉬었다.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불안감도 컸다. 배우 일을 다시 시작하는 건 어머니가 육아를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미란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를 보고 많은 분이 공감해줬으나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출산휴가를 신청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반응을 보면 임신·출산을 꺼리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해라는 말단 인턴 자리도 겨우 얻을 수 있었다. 경단녀는 대부분 회사에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라미란은 시청자 반응을 언급하며 “‘해라처럼 세후 170만원밖에 못 받는 자리라도 좋으니 다시 나가고 일하고 싶다’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해라는 예전에 자신이 혼내던 후배를 상사로 모시게 됐다. 하지만 현실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현실도 비슷하다. 라미란은 “육아로 2~3년 일을 그만뒀던 친구가 재취직하면서 후배 밑으로 들어가는데도 덤덤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봤다”며 “해라의 심정이 이해됐다”고 전했다.

라미란은 최근 스크린과 TV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영화 ‘정직한 후보2’, ‘컴백홈’, ‘고속도로 가족’을 연달아 선보였고, 올해는 드라마 ‘나쁜 엄마’에 이어 ‘잔혹한 인턴’까지 활약을 이어갔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막돼먹은 영애씨’, ‘응답하라 1988’ 등 여러 조연 역을 거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제는 원톱 주연 배우로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예쁘고 잘난 사람만 TV에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주인공을 하는 좋은 시대를 만난 것 같아요.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겨요. 나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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