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으로 이어진 모녀의 기부… 열도 복음화 거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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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척으로 이어진 모녀의 기부… 열도 복음화 거름이 되다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 시즌2] <6회> 노년의 역동적 삶 ③
복음화율 낮은 일본에 뿌린 밀알

입력 2023-09-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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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장로교회 미에현 개척팀원들이 지난해 9월 이세시에 있는 다니우치 유우코(오른쪽 두 번째)씨 집에서 다니우치 쇼코(오른쪽 세번째)와 가정예배를 드린 뒤 교제하고 있다. 일본장로교회 제공

일본인 모녀의 유산 기부가 교회 개척으로 이어졌다. 기부액은 교회 3곳을 세울 정도로 상당한 액수다. 인근 지역 목회자들은 개척 사역을 함께 하면서 은혜를 나누고 있다. 복음화율이 전체 인구의 1%에 못 미치는 일본에서 유산 기부로 교회가 세워지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건 드문 일이다.

다니우치 유우코(가명·64)씨는 자신의 재산을 일본장로교회(PCJ·대회장 고다마 타케시 목사)에 유증했다. 현금만 1억8000만엔(한화 16억2000만원)이다. 따로 떼어 놓은 1억2000만엔(10억 8000만원)은 생활비 등으로 쓰다가 사후에 남은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현재 사는 집도 기부하기로 했다.

다니우치씨가 낸 유증 헌금은 아버지의 유산이다. 지역 내 유명한 소화기 외과 개업의였던 그의 아버지는 유산 3억엔을 남기고 별세했다.

아버지에게 꽤 큰돈을 물려받았지만 다니우치씨는 이를 다시 물려 줄 자녀가 없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돈을 탕진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과 어머니에게 복음을 전해준 교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딸의 전도로 2015년 세례를 받은 어머니 역시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용도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일본장로교회에 헌금한다’고만 했다. 다니우치씨는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헌금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장로교회는 모녀의 생전 유산 기부를 지역 복음화의 밑천으로 쓰기로 했다. 2019년 10월 개척 위원회를 세웠고 도시 조사를 거쳐 2021년 개척팀이 구성됐다. 개척팀은 현재 일본 미에현 쓰(津)시에서 매입할 예배당을 찾고 있다. 교회는 내년 봄에 첫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교회 개척 사역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교단은 2034년까지 미에현 내 이세(伊勢)시와 마쓰사카(松阪)시에도 교회를 개척할 계획이다. 오오타케 마모루(요카이치 그리스도교회)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화상통화에서 “일본 내 반기독교 정서가 강한 건 사실”이라며 “교회 건물부터 세우기 전에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5년간 교단 목회자가 개척한 교회는 5곳인데 현재 그중 1곳만 남아 있다”며 “신중하게 개척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장로교회는 일본 전역에 교회 69곳이 있고 등록 성도는 5000여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니우치씨의 유산 기부 소식은 교회에 희망을 전했다. 오오타케 목사는 “교단 목회자 모두가 개척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특히 미에현 인근 교회 교역자들은 개척 위원으로 함께 하면서 얻은 관계 전도 방법을 교회에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니우치씨도 ‘온라인 기도회’에서 함께 기도 중이다. 유산 기부금 사용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에현 남부 지역에 개혁주의 교회를 개척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오랜 꿈이 현실이 돼 은혜에 벅찹니다. 하나님은 작은 자를 사용하셔서 큰일을 행하십니다.”

개척팀은 두 달에 한 번씩 그의 집을 찾아 가정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다. 거동이 어려워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어머니 다니우치 쇼코(가명·91)씨와 함께 말씀을 나눈다.

다니우치 모녀는 유산 기부로 맺어진 좋은 관계 안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딸 다니우치씨는 “오오타케 목사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다른 일본 장로교회 목사님과 장로님들과 교제하고 있다”며 “귀한 만남 안에서 누구보다 저희 모녀가 큰 은혜를 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선 간병이 필요한 어머니 옆을 지킬 계획”이라며 “내년에 개척될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해 또 다른 교회를 개척하길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조어 ‘슈카츠’ 日서 인기… 거주 설계·엔딩노트·장례 준비 등 해당

‘슈카츠(終活)’는 2009년부터 등장한 일본의 신조어다.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생전 활동을 뜻한다. 신조어로 첫선을 보인 이듬해부터는 유행어로 지명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슈카츠가 회자된 배경엔 저출산과 고령화가 얽혀있다. 지난해 일본 출생아 수는 1889년 이래 처음으로 80만명 이하로 떨어졌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명 중 3명(29.1%)을 기록했다.

일본 고령층은 슈카츠 활동을 통해 노년을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상속자가 없어 유산을 기부하는 일도 슈카츠의 일환이다. 이외에도 ‘여생의 생활설계(노년기 거주형태를 결정하는 일)’ ‘엔딩노트(죽음 전 자신의 희망을 써두는 노트) 작성’ ‘장례·장묘 준비’ 등이 대표적인 슈카츠 활동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橫須賀)시는 생활고에 처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종활(삶의 마무리를 위한 활동)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권용걸 한국장례복지협회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웰다잉(Well Dying)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여생을 역동적으로 살아간다”며 “일본에선 웰다잉을 지원하는 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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