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목회자 “근로기준법 현실과 괴리… 작은교회 어쩌나”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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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목회자 “근로기준법 현실과 괴리… 작은교회 어쩌나” 패닉

“전도사도 근로자”… 대법, 임금체불 목사 벌금형 확정 파장

입력 2023-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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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도 근로자’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이 개척·미자립 등 작은교회를 중심으로 담임목회자와 부교역자 간 위기감을 낳고 있다. 미드저니

교회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전도사에게 수당·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목사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교계 안팎의 후폭풍이 거세다. 부교역자들과 기독시민단체 등에서는 부교역자의 사역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담임목회자들 사이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우세하다. 부교역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동시에 영혼을 품는 헌신사역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교회를 넘어 교단 총회 차원에서 부교역자 고용 가이드라인 등 최소한의 처우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도사도 근로자” 판결 파장은

지난달 31일 대법원 2부는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목사(69)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목사는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사역한 B전도사의 임금 7995만원과 퇴직금 1758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월 110만~140만원을 받은 B전도사는 전별금 명목으로 600만원만 건넨 A목사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판결문을 접한 기독 법률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부교역자들이 사례비만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은 외형상 비정규직 근로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성직자의 헌신은 근로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목회자 사례비마저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개척교회들은 현실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없다”며 “전도사 등으로 사역하고 싶어도 사역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역자들 “근로기준법은 현실과 괴리”

현장 사역자들 사이에서는 온도차가 있다. 부교역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조심스럽게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 C교회 Y전도사는 “생계 유지만이 목적은 아니지만 사역자도 생활인”이라며 “국가가 정한 근로 기준 안에서 정당한 보수를 받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교회 내 근로기준법 적용에 현실적 괴리가 있다’는 주장엔 이견이 없었다. 대형교회라면 근로기준법을 이행할 수 있겠으나 개척교회 등은 새벽기도·심방 등에 참여한 부교역자들의 시급을 일일이 챙겨주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교회를 책임져야 하는 담임목회자로선 이번 판결이 충격파로 다가왔다. 이전호 서울 충신교회 목사는 “교역자의 기본 자세는 헌신”이라며 “근로 조건 등을 따지면 교회의 본질이 회사나 다름 없어진다”고 말했다.

‘대법원 패소’ A목사의 하소연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인 A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송 당사자인 B씨가 교회 개척한 지 3년째 되던 해에 찾아와 다짜고짜 ‘사역을 돕고 싶다’고 요청했다”면서 “개교회의 전도사 정년(만 55세)을 넘긴 상황인데도 그를 받아들여 함께 사역했는데 (이런 소송 상황에 처했다)”라고 설명했다.

A목사에 따르면 B씨는 현재 주일·금요철야·새벽예배, 운전, 서류작성, 심방에 이어 식사 수당까지 요청한 상태다. A목사는 “(패소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잘 모르겠다. 금전에 관련된 일이라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고 관심도 가져주지도 않는다”면서 “(B씨로부터) 계속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메마르고 힘들다. 그저 기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단 차원 고용 가이드라인 정해야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계가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 회장은 “교단 총회에서라도 조속히 부교역자 고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성돈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적지 않은 교회가 부교역자가 없어서 어려워하고 있다”며 “명확한 고용 기준을 세우면 교회도 부교역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성 조승현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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